▲ 이승춘 금강홍수통제소 운영지원과장 |
이처럼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왔으나, 우리 국민의 거리질서 의식이 아직도 낮은 편이라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특히 선진국의 척도라 할 수 있는 거리질서 문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이 보행 시 우측통행이다. 일제 강점기 시설 좌측통행이 도입되어 2011년까지 90여 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1999년부터 경찰이 건널목에 오른쪽 통행을 유도하는 화살표시를 하고 우측통행을 유도한 결과 사고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좌측에서 오는 차량과의 거리가 멀어져 시야를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2011년 6월 도로교통법을 “보행자는 보도에서는 우측통행을 원칙으로 한다”고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시행 2년여가 지났음에도 아직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내려온 습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다.
두 번째는 보행 또는 운전 중 흡연이다. 여름철에는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무더위 속에서 더욱 곤혹스러운 건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담배연기다. 이런 간접흡연에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해로운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행여나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숨이 콱 막힌다. 운전 중 흡연도 마찬가지다. 흡연자는 담배의 니코틴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동승자도 원치 않는 간접흡연에 노출된다. 더 큰 문제는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버리는 행위다. 도로가 지저분해짐은 차치하고라도 화재위험까지 도사리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세 번째는 바른 운전문화다. OECD 가입국 중 교통사고율이 꼴찌인 나라가 불행스럽게도 우리나라다. 방향지시등을 켜지도 않은 채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교차로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꼬리 물기를 하는 사람, 불법주차로 출퇴근길을 짜증나게 만드는 얌체 운전자,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내달리는 오토바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경적을 울려대는 조급증. 매일 매일 도로 위에서 다른 차량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장애물 경주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려니 사고율이 높은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새 정부에서 교통사고 10% 줄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사고율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네 번째는 깨끗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며칠 전 이화여대 부근에 볼일이 있어 잠시 들른 적이 있다. 이화여대는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관광코스이기도 하여 이참에 학교 정원을 걸어보려고 일찍 길을 나섰다. 지하철역 인근의 꽤 큰길이었는데도 도로 옆에는 밤새 버린 쓰레기가 즐비하였다. 바람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보면서 제발 외국인들이 이 모습만큼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매일 새벽마다 거리를 청소하는 미화원들의 노력에도 새벽이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면, 누군가가 “유럽의 거리를 걷는 것이 산책이라면, 한국의 거리를 걷는 것은 장애물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한 말이 실감이 난다.
“나만 편하면 되지”라는 개인주의적 발상이 모여 사회 무질서로 이어진다. 거리질서는 문화시민의 척도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으로서 개개인의 의식에 내재화돼 있을 때 가장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초질서는 조금만 신경 쓰고 서로 배려한다면 지킬 수 있는 것들이다.
하루빨리 거리질서가 확립되어 교통사고도 줄이고, 외국인이 거리질서에 있어서만큼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라는 찬사를 받을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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