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민수 (사)KUDA실용댄스협회장 |
만일, 각종 야채와 양념이 잘 어우리지 않아 그것들 중 하나가 독자적인 맛을 낼 때, 맛은 반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빔밥은 '화합의 상징'이라 여겨진다.
기록을 만들기 좋아하는 우리 선조들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왕조실록이나 사소한 궁궐내의 기록을 일일이 남겨둔 승정원 일기중에도 비빔밥의 유래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비빔밥의 유래와 이용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 조선 시대왕은 1일2식3참(아침참-식사-낮참-식사-밤참)을 했었다 전해지는데 이는 곧 다섯 끼를 먹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낮참으로는 보통 가벼운 식사를 했는데 이때 비빔밥이 밥상에 올랐다는 설이 있다. 즉, 왕의 간식이었다는 의미다.
또 왕족의 누군가가 어중간한 시간에 궁궐을 방문했을 때 간편식으로 제공한 음식이라는 설도 있다. 또한 선조가 임진왜란 시 의주로 몽진하면서 수라로 비빔밥을 받았다는 학계의 주장도 있다.
또한 궁중에서 섣달 그믐에 묵은해의 마지막 식사를 수라간에 남은 음식을 비벼 나누어 먹었다는 학설도 있다. 왕이나 궁중행사에 연관되어 있지만 어느 것도 궁중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다. 조리법을 토대로 유래를 추정하기도 한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대에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주장은 이에 해당한다. 적은 음식을 가능한 많은 사람이 나누어 먹기 위해 비빔밥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정부군에 쫓기던 동학군이 밥을 여러명이 빨리 나누어 먹기 위해 한 그릇에 고추장, 백김치, 풋고추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비벼 먹었다는 설이 있다.
전쟁 중이라 그릇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도 원인이 됐을 수도 잇다.
또 다른 주장으로 구색을 맞추어 음식을 마련하기 어려운 농번기 때의 음식이 아니었냐는 추측도 있다.
유래가 어찌되었든 비빔밥은 오늘날 한국의 대표음식이 되었다. 영양학자들은 비빔밥을 “현대인의 건강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맛도 있는 세계적인 음식”이라고 평가한다. 그리하여 비빔밥은 바쁜 현대인의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훌륭한 웰빙 식품으로 추천되고 있다.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반면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어 운동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건강에 특히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비빔밥 한 그릇을 먹으면 종합영양소를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곡물과 고기 그리고 나물류의 영양소가 조화를 이룬 영양만점의 종합건강식이라는 이야기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비빔밥은 '화합의 상징', '융합의 문화', '섞임의 미학'이며, 그 맛은 바로 합창의 맛이다. 합창단원의 지휘자는 “다른 합창단원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주문한다. 어울리고 섞이지 않은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것이 '불협화음'이다. 단원이 반주와 다른 사람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지휘봉에 따라 호흡을 맞출 때 비로소 최고의 화음을 낸다.
필자가 화합과 조합의 음식문화인 '비빔밥'을 접할 때마다 수준 높은 문화예술 작품의 창출을 위한 문화예술인들의 화합과 협동의 중요성을 느끼며, 또한 새로운 융, 복합 문화 컨텐츠의 창출을 위한 재미있는 고민을 하게 된다.
선진도시에는 선진문화가 있다.
각 분야별 예술인들의 아집과 진부함을 버리고 개성 있는 맛이 어우러져 화합의 훌륭한 맛을 창출하는 '비빔밥' 같은 새로운 화합의 문화들이 어우러지는 '大田', '田'이라는 한자처럼 작은 입 네 개가 아닌 큰 입이 하나가 되는 선진문화도시 대전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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