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취병협을 어이할꼬?

  • 오피니언
  • 시시각각

[김호택]취병협을 어이할꼬?

[중도 프리즘]김호택 연세소아과 원장

  • 승인 2013-07-28 13:38
  • 신문게재 2013-07-29 21면
  • 김호택 연세소아과 원장김호택 연세소아과 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 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 원장
장수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무주 내도리부터 강으로서의 형태를 갖추면서 금산 도파리와 수통리에서 절경을 만들어낸다. 금강의 절경은 모두 금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금산의 절경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금산 제1경'은 바로 제원면 원골의 취병협이다. 동네 사람들은 적벽이라고도 부른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수백년간 이 경치를 보고 찬탄해 마지않았던 비경이다.

취병협의 백미는 비가 많이 오는 초여름이다. 맞은편 정자에 앉아 주룩주룩 쏟아지는 빗줄기가 만들어내는 '폭포'를 바라보고 있자면 몇 시간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다.

먼 곳에서 금산을 처음 찾는 친구에게 나는 취병협 맞은편 식당에서 어죽을 대접하면서 금산이 이런 곳이라는 자랑을 늘어놓는다. 누구나 감탄한다.

이런 취병협이 몸살을 앓고 있다. 첫 번째 몸살은 7년 전, 비오는 날 폭포가 멋있으니 그 폭포를 항시 볼 수 있게 해서 관광객들을 모으게 해달라는 지역 상인들의 요청으로 시작되었다. 선거로 당선된 군수는 즉석에서 '그러마' 하고 약속했고, 급조된 '인공폭포'는 강에서 플라스틱 호스를 절벽 위로 끌어올려 흘러내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그런 대로 보기가 좋았고, 많은 외지인들이 감탄하는 명물이 되었다. 그런데 그 플라스틱 호스 올라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가짜'라는 것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다. 호스를 본 방문객은 실망한다. 그걸 가리겠다고 시멘트로 발라 놓았다. 이제는 그 시멘트가 눈에 거슬린다. 마치 큰 회색 뱀이 절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 같다. 자연을 훼손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산책로를 만든답시고 인공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 계단이 '갓 쓰고 자전거 타는' 형국이다.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너무 보기가 싫다. 자연에 순응하도록 얌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문화적 마인드가 조금도 없는 사람이 만들었는지 주객이 전도되어 계단이 더 눈에 띄면서 거슬리는 모습이 되었다. 금산제일경이 상처를 입은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자연을 훼손한 것도 모자라 금산~영동간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그 취병협에 구멍을 뚫는다고 한다. 주민설명회에서 많은 주민들이 반대했지만 강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금산~영동은 교통량도 그리 많지 않은 도로다. 편도 1차선으로도 불편없이 잘 살아 왔다. 편도 2차선으로 넓혀주겠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금산 제1경에 구멍을 뚫으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정도로 급한 도로는 절대로 아니다.

고작 4km 길 내는데, 다리 두 개와 터널 두 개 뚫느라 390억원이 소요된다고 하니 누구를 위한 공사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여기는 경부고속도로가 아니다.

그 지역은 어떤 이가 버섯농장 하겠다며 야산을 까뭉개는 허가를 받고 나서 평탄작업을 한 다음에 전원주택지로 팔아먹으려 한다는 소문이 있어 그렇지 않아도 특혜 논란으로 말이 많은 동네다.

국토관리청이 주관하고 각 지자체가 협력하는 형태의 공사라고 하는데, 지역 사정을 모르는 국가기관은 그렇다 치자. 금산군은 도대체 무얼 했는지 궁금하고 한심하다.

지방자치가 시행되고 나서 자치단체장 잘 만나면 지역이 발전하고 그렇지 못하면 동네 여론이 갈라지면서 살기 힘든 고장이 되어버리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사람들 간의 갈등이 문제라면 시간이 해결해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천혜의 자연은 우리 세대에 만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서 빌려온 귀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그러고 한 번 파괴된 자연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파괴할 때보다 열 배, 100배 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의 역사에서 이미 배웠다.

우리 고장의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천년 후에도 씻지 못할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취병협은 상처투성이, 만신창이로 변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걸 막지 못한다면 나도 후손에게 고개 들지 못할 그 죄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 취병협을 어이할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