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공원 산책길 망치는 애물단지 애완견

목줄 안맨채 행인 위협·곳곳 용변도… 밤·주말 사실상 단속 불가능

#1. 유성구에 사는 민모(32)씨는 집 앞 공원을 지나갈 때마다 눈살을 찌푸린다. 애완견이 길 한복판에 배변을 봐도 일부 주인들이 치우지 않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애완견이 대리석ㆍ나무 벤치에 소변을 눴지만, 주인이 이를 본체만체 지나가 앉기도 찜찜하다.

#2. 중구에 사는 이모(29)씨는 6살 조카와 함께 한밭야구장에 갔다가 목줄이 풀린 애완견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애완견이 조카에게 달려와 짖는 바람에 조카가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곧이어 주인이 와서 사과를 했지만, 야구 관람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놀란 조카를 진정시켜야 했다.

애완견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 하천변 등에서 애완견과 배설물 때문에 크고 작은 말썽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축사용통계조사에 따르면 관내 애완견 수는 2만4186마리(2012년 12월 기준). 이 가운데 식용을 목적으로 등록하지 않은 애완견 수(30%)를 빼면 1만6980여 마리다.

동물보호법 제13조 2항에는 '애완견 소유자 등은 등록대상동물을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하며, 배설물이 생겼을 때는 즉시 수거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목줄은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의 길이를 유지해야 하고,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입마개도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위반했을 경우에는 최고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지난 주말 서구 엑스포시민광장에는 동물보호법을 무시한 채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애완견을 데려온 시민들은 공원 출입구와 길가에서는 목줄을 잡고 이동했지만 벤치에 자리를 잡자 이내 목줄을 풀었다. 풀려난 애완견들은 주변 다른 시민들에게 가서 피해를 주는 등 자유롭게 뛰어 다니고 있었다.

대전시의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단속을 대부분 평일 낮에 할 수 밖에 없는데다 위반사항을 적발해도 견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관내에서 애완견 관련 과태료 부과 건수는 1~2건에 불과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주로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밤이나 주말에는 여건상 단속이 불가능하다”며 “올해까지인 동물등록제 계도기간이 끝나면, 각 구청과 연계해서 목줄ㆍ배설물 등도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재 기자 young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