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함께 꿈꾸던 교정서 마지막 인사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함께 꿈꾸던 교정서 마지막 인사

남겨진 스승과 친구들 애끓는 추도사 하나하나 이름 부르며 옛 기억 되짚어

  • 승인 2013-07-24 18:15
  • 신문게재 2013-07-25 5면
  • 조성수 기자조성수 기자
●공주사대부고 눈물의 영결식

▲ 24일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 캠프 희생 학생 합동영결식을 마친 2학년 학생들이 운구차 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공주=손인중 기자
▲ 24일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 캠프 희생 학생 합동영결식을 마친 2학년 학생들이 운구차 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공주=손인중 기자

억울하게 희생된 공주사대부고 5명의 친구. 제자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스승과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의 심정은 몹시도 애달팠다.

24일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학생들의 영결식장. 공주사대부고 이윤재 교사는 죄스러움에 추도사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들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유난히 밝았던 아이들의 기억을 더듬었다.

스승의 날 '선생님 고맙습니다'며 편지를 남긴 우석이. 선생님에게 바나나맛 우유를 챙겨 주던 병학이. 내년 체육대회는 '제게 맡겨주세요'라고 말하며 축구, 농구 등 운동 에이스였던 태인이.

선생님과 얼굴이 닮아 교사와 서로 자기가 더 잘생겼다고 농담을 건네며 친구들에게 웃음을 줬던 준형이.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에게 찾아와 질문공세를 하던 공부벌레 동환이.

모두가 사랑스런 제자들이다.

▲ 공주사대부고 교사 대표와 학생대표가 애끓는 마음을 담아 추도사를 하고 있다. 공주=손인중 기자
▲ 공주사대부고 교사 대표와 학생대표가 애끓는 마음을 담아 추도사를 하고 있다. 공주=손인중 기자
이 교사는 “제가 울면 제자들도 울면서 뒤돌아보느라 자신들이 가야 할 좋은 곳에 가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억지웃음이라도 짓겠다. 울지 않겠다”며 슬퍼했다.

김현경군의 추도사에서는 애끊는 친구들의 우정이 느껴졌다.

김군은 “그날따라 하늘이 유독 낮더라.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바다 끝과 하늘 끝이 만날 정도로 하늘이 낮았어”라며 “그때 니가 말했지. 하늘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 내 머리에 니 목소리가 가득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김군은 “너무 답답한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래서 고작 흘린 건 하염없는 눈물 뿐”이라며 자책했다.

'축구라면 그렇게 좋아하던 태인아, 작은 시인 우석아, 늘 넓은 그늘을 드리워주던 병학아. 영원한 형 동환아, 자유로운 영혼 준형아.' 김군은 친구들의 이름과 기억을 더듬으며 믿어지지 않은 현실에 슬퍼했다.

김군은 “이 모든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지금, 너희와 영영 이별해야 하는 거 맞지”라며 “다섯 명 모두 언제나 따뜻하고 밝았기에 우리들의 슬픔은 배가 되는구나”라고 애도했다. 이어 “너희가 비록 열매를 맺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너희의 땀, 눈물, 웃음을 거름 삼아 하늘로 뻗어가는 나무가 될 거야. 그 나무가 자라 하늘에 닿으면 너희는 해가 돼 돌아올 거야”라고 희망했다.

김군은 “잘 가라 친구들아 안녕, 너희의 영원한 친구 공주사대부고 57기 일동”이라며 눈물로써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조성수·공주=박종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