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소외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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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식]소외질병

[사이언스 칼럼]정영식 한국화학연구원 의약 화학연구센터장

  • 승인 2013-07-24 12:58
  • 신문게재 2013-07-25 21면
  • 정영식 한국화학연구원 의약 화학연구센터장정영식 한국화학연구원 의약 화학연구센터장
최근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저개발국가의 어린이들을 돕고자 하는 공익광고다. 이들 저개발국가 국민들이 경제적 빈곤과 함께 온몸으로 겪고 있는 것이 소외질병이다.

소외질병(Neglected Disease)은 말 그대로 주위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질병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메리카 등 주로 열대지역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대부분 열대성 전염병이기 때문에 열대성 소외질병이라고도 부른다. 약을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성이 매우 낮아서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있다. 적절한 치료제가 마땅히 없어 소외질병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대표적인 소외질병의 종류로는 말라리아, 뎅기열, 결핵, 기생충 질병 등을 들 수 있다. 이러 소외질병에 대한 치료제 개발은 전세계 신약개발 건수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소외질병은 감염자와 사망수자 수에 있어서는 결코 소외할 수 없을 수준이다. 국제보건기구(WHO)의 2010년 보고서에 의하면 말라리아와 뎅기열, 결핵만 해도 연간 감염자수가 8400만명이 넘고 연간 사망자수도 160만명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소외질병 치료제에 대한 국제적인 원조가 공적개발원조의 새로운 방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선진국에서 단순히 인력과 물자지원이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의약품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해서 소외질병 국가에서 스스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 와중에 실제 개발도상국을 벗어나 선진국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주목받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발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6ㆍ25 한국전쟁 이후 비위생적인 환경과 치료제 부족으로 기생충, 결핵이 가장 큰 국민보건 저해요인이었다. 이런 문제를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한 농촌근대화사업으로 농촌환경개선운동과 국민위생계몽운동을 통해 해결해 나갔다. 신약개발분야에 있어서도 1970년대부터 국가적 차원의 연구개발 정책으로 신약개발 인프라와 연구인력을 구축해 현재까지 19개의 신약이 개발되었고 기생충 조기퇴치, 결핵예방 등의 경험을 축적해 온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함께 소외질병 국제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가 참석해 과학기술을 통한 공적개발원조의 중요성과 한국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한 국제보건기구가 소외질병 치료제에 대한 아프리카 자체역량 강화를 위해 설립한 ANDI 대표와 나이지리아 보건부 장관도 참석해 한국과 긴밀한 협력연구를 희망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나이지리아에서 한-아프리카 소외질병 관련 워크숍이 열려 아프리카 제약산업 육성과 인력양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소외질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적개발원조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속적이고 원천적인 원조가 될 것이다.

한국의 성공경험을 토대로 개발도상국과 공동으로 치료제 연구개발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점차 소외질병 퇴치 사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 는 2003년에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노바티스열대병연구소를 설립하고 개발도상국에서 소외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치료제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사회공헌 목적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화학연구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주도해 연합대학원대학교(UST), 신풍제약,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고려대 등 30여개 산학연 주체들이 참여하는 '소외질병 ODA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소외질병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정된 재원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정부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고 연구개발 역량도 높일 수 있도록 힘을 모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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