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문] 지금 학교는 방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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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 지금 학교는 방학 중

[교육단상]김동문 충남고 교장

  • 승인 2013-07-23 13:46
  • 신문게재 2013-07-24 20면
  • 김동문 충남고 교장김동문 충남고 교장
학창 시절 누구나 경험한 일이지만, 학생들에게 방학은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비유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을 만큼 즐거운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우리 학생들에게 방학은 왠지 기다려지는 로망이다. 누릴 수 있는 시간보다도 더 많은 계획으로 설레게 하는 기다림이다.

하지만 일반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로서 방학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즐겁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즐거운 여름방학에 대한 기대와 설렘도 잠시고, 학생들에게는 무더위와 씨름하며 새 학습전략을 세워서 2학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다가오는 시기다.

아마도 무더위를 피해 보다 넓은 대자연을 스승삼아 현장교육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학, 교육과정의 틀 속에서 벗어나 원하는 분야를 경험하고 새로운 감회를 느낄 수 있는 시간, 소홀했던 친척들과 교류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 이런 이상적인 방학을 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만드는 학업의 무게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학생들에게 방학은 커다란 과제의 산이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마지막 남은 소중한 여름 방학을 전장에서 배수진을 친 군인마냥 학업에 온몸과 마음을 불태워야 한다. 또, 9월 4일부터 시작되는 대입 수시를 위해 준비하고 원서를 접수해야 한다.

고등학교 1ㆍ2학년 학생들은 부족한 과목을 보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학교에 다니면서는 이루기가 쉽지 않은 스펙용 활동, 대학 캠프 참여, 봉사활동, 독서활동 등을 해야 한다. 게다가 학교에서 정해놓은 보충수업, 자기주도적 학습 등에 참여해야하기 때문에 스스로 시간 활용이 가능한 날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다고 필자가 지금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거나, 방학의 무용론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방학은 기회의 시간이다.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은 인정하지만 버릴 수 없는 과제이고, 이를 위해 주어진 시간이다. 그런 상황인 만큼 성실하게 보내야 한다.

며칠 계획을 세워 즐거운 가족 여행도 필요하다. 보충수업을 받고, 자기주도적 학습에 참여해 학교에서의 공부패턴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진로에 부합되는 대학 캠프에 참여하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다. 평소에는 잘 읽지 못했던 흥미 있는 책도 방학 동안에 탐닉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모두 방학이 아니고는 해보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 모두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잘 준비된 계획과 성실한 실천이 뒷받침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학 전후 느슨한 학습 공백을 갖는다. 하지만 이 시간이 무려 3주 정도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면 방학과 연계해 총 7주 정도의 시간을 학습 계획으로 확보할 수 있다. 보충수업을 마무리하고 순수하게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1주는 그야말로 방학생활의 노른자다.

그냥 집에 있지 말고 반드시 의미 있는 사람과의 의미 있는 여행을 추천한다. 진로가 확연하거나 진로 탐색이 어려운 학생들이라면 여러 기관 및 대학에서의 캠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독서 활동도 진로와 연계해 관심 분야에 중점을 두되, 반드시 증빙 자료를 남겨두도록 한다. 누군가가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말했듯이 정해진 시간은 동일하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 학생들에게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 우직하게 노력하는 이가 커다란 과제의 산을 내게로 옮길 수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 시간이 많은 여름방학을 크고 튼튼한 학습 날개를 달아줄 최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매일 목표로 하는 대학을 떠올리며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과정의 고된 땀방울로 성과의 기쁨을 맞보게 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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