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조들이 간절한 염원으로 찾았을 '호동석불'. 정성어린 돌봄의 손길에 닿아 소박한 모습을 되찾았다. |
지난번 방문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무섭게 자라난 여름풀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낫으로 풀을 베고 걸어 나가니 지나온 자리가 걷기 편하게 정리되고 있었다. 다음에 이 길을 걷는 등산객들이나 호동석불을 찾아오는 이들이 좀 더 쉽게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힘들다는 생각보다 힘을 더 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봄활동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즐거움들이 있다. 우리들의 노력과 수고로 주변이 깨끗해져가는 것을 볼 수 있을 때, 잊혀진 듯 초라하게 있었던 문화재들이 깨끗이 칠해지고 다시 고쳐져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볼 때, 아무 의미없이 버려지듯 서 있는 문화재에서 그 안에 깃든 뭉클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가 그렇다.
그리고 대전 토박이인 내가 처음 가보는 대전의 구석진 곳이나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곳에서 의외의 문화재들을 만나는 그 기쁨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도 없는 즐거움이다.
호동석불도 그랬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한 번 두 번 찾다보니 석불이 간직한 많은 사연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거창하게 치장한 이름난 문화재가 아니라 소박하고 순수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위해 존재했던 이름 없는 문화재. 나는 그 안에 깃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사랑한다.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간절한 염원으로 호동석불을 찾아 오갔던 숱한 발걸음들. 나는 할머니나 어머니였을 그들의 지극한 정성들을 사랑한다.
진입로를 치우고 석불 주변의 풀을 베고 대청소를 하고 나니 주위가 훤해졌다. 석불 주변에 예쁘게 꽃도 꼽아 놓았더니 제법 근사하다. 종교가 다르지만 이 땅의 작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힘이 되어 주었을 석불을 보니 든든하고 고맙다.
호동석불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돌아오는 길. 눈부신 아침햇살이 우릴 반기고 있었다. 이 아침, 의미 있는 곳에서 보람 있게 땀을 흘린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글ㆍ사진=최연숙 객원기자
※한밭문화마당 문화재돌봄사업단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연숙 객원기자가 11일 대전시 중구 호동 범골마을에 자리한 호동석불에서 작업하며 느꼈던 소감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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