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에 남겨진 회곽은 대청호의 물이 빠지면 볼 수 있으며 조선시대 묘소가 대부분이다. |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일부러 다졌는지 아니면 그런 자리에 묘소를 썼는지 묘소 여러 기가 가지런히 있다. 좁은 산길엔 청미리덩쿨이 나무를 타고 뻗기도 하고 뱀처럼 하늘을 향해 솟구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를 제일 반기는 건 싸리나무. 산길 양옆으로 마중나온 듯 서 있다. 간혹 농익은 산딸기는 감사한 영양제다. 처음엔 산림에 가려 호수도 보이지 않고 평범한 숲길이었는데 어느 순간 오른쪽으로 호수가 보이고 그 경관에 감탄을 하며 가노라니 왼편으로도 호수가 열렸다. 양쪽으로 호수를 끼고 우거진 산길을 걸으니 걸음걸음에 따라 호수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나무 뒤편으로 보이다 나뭇잎 사이에 숨기도 한다.
드디어 약해산에 오르고 쉼 없이 흐르는 땀방울은 걸음을 붙잡는다. 한번 숨 고르고 다시 길을 나서니 탑봉이 우리를 기다리고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다다른 대청호수. 한 낮의 햇볕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잔잔한 호수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은 지친 몸을 쉬게 한다. 호수를 따라 고운 모래가 간절한 소원을 그리고 있고, 그 모래위에 덩그러니 놓인 주인 모를 무덤들. 조선시대 회곽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회곽은 입구가 열린 채 모래를 가득 머금고 있고 곁에 있던 비석은 쓰러져있다. 상석과 혼유석도 훼손된 채 무덤을 떠나지 못 하고 있다. 가만히 데워진 모래에 앉아서 주인모를 회곽을 한참 바라본다. 시간 속에 영원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밀려간다.
▲ 물빠진 대청호에 남겨진 회곽과 비석의 모습. |
숨이 턱까지 차는 햇살아래 그리움을 기다립니다.
사랑했던 사람 사랑해주던 사람 목숨처럼 소중했던 모든 것들.
내가 슬퍼하며 떠나보낸, 나를 슬퍼하며 떠나보낸 사람들이 모두 떠났을 만큼의 시간
긴 그리움은 기다림 되어 모래알 수만큼 시간을 메우고 가끔 불어주는 바람 속에 기다림이 그립습니다.
윤영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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