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통금해제 축하엽서의 앞면과 뒷면 |
1982년 1월 5일에 쓰고 당일 우체국 소인이 찍힌 엽서 한 장<사진>의 내용이다. 붓으로 그린 우리나라 지도에 3·8선은 직선으로, 휴전선은 점선으로 그렸다. 서울 서소문 튀김집 송병호씨가 서울 태평로에 사는 송승헌씨에게 보낸 엽서다. 같은 집안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이 보인다. 보통엽서 20원 외에 추가로 200원의 우표를 첨부했고 앞면 중간부 '삼성빌딩 등기' 스탬프가 확인된다.
엽서에 쓴 내용은 22자가 전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통행금지는 조선시대에도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이후로는 1945년 9월부터 적용된 제도다. 현재 생존하는 사람들의 통행금지에 대한 인식은 한국전쟁과 관련되어 불순분자들의 야간행동을 제한하는 제도로 존재했다. 예외는 급한 환자가 발생하거나 기차가 야간에 도착하는 경우 손바닥이나 팔뚝에 잉크스탬프를 찍어주어 목적지에 갈 수는 있었다.
'36년 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보낸 사람의 마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 내 마음을 망치질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은 통금해제로 행동의 불편이 사라져 좋아했을 터인데 이 분은 36년 후인 미래를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튀김집 운영과 관련된 사람이었다면 당장 매출이 늘어날 것을 좋아했겠지만 그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이익만이 최우선이고 정치가는 내 집단만 생각하는 세상처럼 비추어지는 지금, 이 엽서를 쓴 분의 마음을 36분의 1만큼이라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진·글=임헌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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