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55)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영락없는 투사(鬪士)다.
대전 교육계에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대부분 교육 당국의 반대 입장에 서서 목소리를 높인다.
이 때문에 김 지부장을 불편해하는 교육청 관료들이 많다. 자신들의 일에 박수는 못 쳐줄 망정 사사건건 '딴죽'를 걸고 나서는 데 따른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 지부장도 투사이기에 앞서 교사(敎師)다.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우리나라 재목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른 교사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방법론적 측면에서 다를 뿐이다.
김 지부장은 “전교조 소속 선생님도 다른 선생님과 똑같이 학생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외부에 전교조 집회, 투쟁 활동만 비치다 보니 우리(전교조)가 왜곡되게 비치는 지는 측면이 많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처음에 교사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 꿈은 독일문학을 전공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김 지부장의 출신교인 공주교대에 원서를 낸 것도 김 지부장 본인이 아니었다.
이 학교에 다니던 옆집 언니가 있었는데 원서를 대신 내줬다.
어릴적 몸이 약한 김 지부장에게는 교사 직업이 알맞을 것 같다는 그녀의 모친 의중에 따라 옆집 언니가 움직인 것이다. 우연히 언니를 따라 집을 나섰다가 교대에서 실기시험까지 치르게 됐고 당당히 합격, 교사의 길을 걷게 됐다.
당시가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82년이었는 데 교육계와의 운명적 만남이었다.
첫 수업에서 교단에 올랐을 때 자신의 호칭인 '선생님'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김 지부장이 교사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유다.
그녀는 경기교육청 소속이었지만 시댁 사정으로 임용 뒤 수년이 지나 대전으로 내려오게 된다.
대전 교육계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평소 소신에 따라 전교조 평 조합원으로 활동하던 1990년대 중반, 김 지부장의 운명을 바꿀 사건이 일어난다.
이른바 대전 석봉초'폐기물 사건'이다.
김 지부장은 “당시 보건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장기간 교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학생들의 점점 구토 증상이 심해져 이상하다 생각했다”며 “결국, 이에 대한 원인 규명에 나섰고 두 번에 걸친 조사 의뢰 끝에 톨루엔이 기준치의 70배가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회상했다.
사건 진행과정에서 교육 당국과 김 지부장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골칫덩이'로 찍힌 김 지부장은 결국 이 학교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신세가 됐다.
김 지부장은 “교사가 교실에서 열심히 가르친다면 학부모가 좋아하고 나도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분명 자기만족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추앙받으며 교사 생활하는 것에 자괴감까지 들었다”고 당시 사건 겪으며 느꼈던 점을 고백했다.
이어 “교육현장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평소 내가 생각한 교육 이상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여러 해직 교사들의 아픔과 노력을 이제는 내가 거들어야 한다고 느꼈다”며 전교조 활동의 최일선으로 나서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이후 김 지부장은 전교조 본부 부위원장, 대전지부 서부지회장, 수석부지부장 등을 거쳤고 올해 1월 2년 임기의 대전지부장에 올랐다.
김 지부장은 “학생 편에 서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귀담아들을 줄 아는 것이 참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사는 현장에 있어야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대전지부장 임기를 마치고 빨리 교육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 일답.
-올해 전교조 대전지부의 현안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3년 만에 이뤄지는 대전교육청과의 단체교섭을 성실히 진행하는 것입니다.
전교조는 단체교섭의 가장 최우선 초점을 아이들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사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맞추고 있습니다.
-대부분 교육현안을 두고 대전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요.
▲학생들을 잘 교육하려는 목적은 같다.
다만, (교육청과 전교조가) 방법이 아주 많이 다르다. 또 교육당국이 내놓는 교육정책은 정책 발표 이후 제대로 사후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조만간 자유학기제가 시범 운영되는 데 이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발레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발레를 할 곳은 학원밖에 없는 현실이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할 만한 인프라가 태부족한 것이 문제다. 사회적 여건은 안 되는 데 자유학기제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내년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에서 교육경력이 없는 자도 출마할 수 있는 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시죠.
▲반대다. 교육경력 없는 사람이 교육정책을 만들면 비교육적인 정책과 포퓰리즘 정책이 나올 것이 뻔하다.
-전교조가 내세우는 참교육은 무엇입니까.
▲아이들 편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귀담아듣고 찾아봐야 하는 것이 교사의 도리다.
-조합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전교조가 투쟁 일변도로 왜곡돼 비치는 것이 가슴 아프다. 대부분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열심히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교육이 이 정도나마 유지되는 것은 전교조 선생님들의 희생과 헌신 때문이라고 본다. 감사드린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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