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남]빨리빨리 문화와 바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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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남]빨리빨리 문화와 바른 정보

[사이언스 칼럼]최광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NTIS센터 실장

  • 승인 2013-07-17 14:15
  • 신문게재 2013-07-18 21면
  • 최광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NTIS센터 실장최광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NTIS센터 실장
▲ 최광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NTIS센터 실장
▲ 최광남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NTIS센터 실장
바쁘게 하루를 보내다보면 가끔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쫓아오는 것의 발걸음이 나를 앞질러 갈 때면 쉽고 편한 길의 유혹이 찾아온다. 어쩌면 우리 안에 있는 '빨리 빨리 문화'의 흔적은 아닐까.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빨리 결과를 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을지도 모른다. 정보 활용에 있어서도 이런 모습은 쉽게 드러난다.

최근 국내의 공인과 유명인들의 논문에 대한 표절논란이 사회에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상용 포털에서 빠르게 찾아주는 여러 가지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바른 정보로 인식하고 연구에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편리한 습관의 결과로 보인다.

올해 국가R&D사업의 이해과정 교육의 일환으로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시스템(NTIS) 활용법에 대해 전국 대학교를 순회하면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NTIS는 2008년부터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해 2013년 현재 연구과제 및 성과·인력·장비 및 기자재 등 약 100만 건의 국가 R&D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연구개발자는 물론 이공계 학생들이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강의마다 매번 “R&D 관련 정보를 주로 어디에서 찾는가”라는 동일한 질문을 하다보면 항상 의아함을 느낀다.

첫째는 많은 연구자들이 일차적으로 포털을 기본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가R&D의 기획 또는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국가R&D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NTIS를 활용한 경험이 없는 연구자들이 많다는 것과 마지막으로 상용 포털의 상위 랭크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을 활용해 연구결과물을 작성해 본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상용 포털에서도 몇 차례의 경로를 통하면 전문정보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포털에서 제공하는 뉴스, 불특정다수가 작성한 정보 등 일회성 자료를 활용하여 연구결과물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것은 커다란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빠름의 유혹에 빠져드는 연구자들에 대한 견제장치로 표절감시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턴잇인(Turnitin)은 1994년 미국 UC버클리 연구자들이 대학생의 졸업 논문 재활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처음 만들었지만, 현재는 논문 및 과제에 대한 표절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로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턴잇인 데이터베이스는 전 세계 240억 건의 웹 페이지와 1억 건 이상의 학술지 논문, 학생 리포트 3억 건이 들어있으며, 영어, 독어, 중국어, 한국어 등 15개 언어로 되어 있다. 학생이 과제나 논문을 띄우면, 프로그램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돌려서 어딘가 유사한 대목을 평균 13초면 원본과 학생의 글을 나란히 보여준다. 이는 제출된 정보들 중에서 바른 정보를 선별하기 위해 노력한 체계화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란 책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시한다. 이 법칙은 비범한 사람들의 성취가 타고난 재능보다 자기 분야에서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을 투자한 결과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선행학습이라는 빠른 학습을 대세로 따라야만했던 교육문화와 대학을 졸업하고는 취업을 위한 스펙만이 중요했던 사회, '바른(right)'보다는 '빠른(fast)' 결과가 더 필요했던 우리의 현재와 비교해 볼 때 과연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정보의 바른 활용은 앞선 사례에서 보듯 체계적인 교육과 성숙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립되는 것이기에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분야에 대해 바른 정보를 빠르게 모든 곳에서 제공한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학문적인 연구 활동에 있어서는 조금은 느리더라도 바른 정보를 정확하게 활용하는 좋은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데이터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의 관리와 분석이 이슈가 되는 빅데이터 시대에 사는 우리로서는 바른 정보의 활용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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