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들 모여 협업과 분업… 인쇄역사를 만들다

匠人들 모여 협업과 분업… 인쇄역사를 만들다

“앞집 일거리 많아야 우리도 잘돼” 업체 1800여개 인쇄생태계 형성 기계·기술 나누며 전국 3대 골목 성장, 품질향상·판로지원법 계기 부흥 주도

  • 승인 2013-07-16 13:59
  • 신문게재 2013-07-17 1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 특화거리를 가다]3. 동구 정동·중동·삼성동 인쇄특화거리

대전역 광장을 빠져나와 삼성초등학교를 향해 10분 걸어가면 인쇄특화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기계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고 바쁘게 작업하는 기술자들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기름 묻은 손으로 닦아내는 곳이 대전 인쇄특화거리다.

▲ 대전 동구 정동·중동·삼성동에 위치한 인쇄특화거리 풍경.
▲ 대전 동구 정동·중동·삼성동에 위치한 인쇄특화거리 풍경.
역 광장을 빠져나와 삼성초등학교를 향해 10분 걸어가면 인쇄특화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기계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고 바쁘게 작업하는 기술자들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기름 묻은 손으로 닦아내는 곳이 대전 인쇄특화거리다.

한밭중학교 옆 정동네거리를 중심으로 동구 정동·중동·삼성동 골목에 규모는 작지만, 특성화된 기술을 지닌 인쇄 장인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 모여 있는 인쇄업체는 당초 중구 대흥동에서 시작됐다. 대전시청이 대흥동에 청사가 있고 가까이 법원과 세무서가 있을 때, 대흥동은 인쇄산업의 전진기지였다. 그러던 게 1980년 중반 대흥동에 상권이 형성되면서 임대료가 크게 올랐고, 저렴하면서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아 지금의 정·중동 거리에 인쇄소들이 모여들게 됐다.

지금은 인쇄소 400여개를 비롯해 주변산업까지 모두 1800여개가 인쇄골목에 모여 어깨를 기대며 서울 충무로와 대구 남선동에 이은 전국 3대 인쇄골목을 형성했다.

▲ 모든인쇄문화사에서 직원들이 인쇄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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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인쇄문화사에서 직원들이 인쇄작업을 벌이고 있다.
5년 경력의 극동 인쇄사의 임재완(66) 대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쇄소 한 곳이 혼자 떨어져서는 생존할 수 없고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주변 업체에 의뢰해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게 인쇄”라며 “저렴하고 접근성 양호한 곳을 찾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곳에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쇄물이 완성돼 손 위에 올려지기까지 5~8단계의 과정을 거치는데 과정마다 세심한 기술이 필요로 한다. 종이가 인쇄기에 2~3번 들어갔다가 나와야하기 때문에 인쇄 초점이 잘 맞는지 확대경으로 연방 들여다보고 인쇄물의 색을 현실감 있도록 표현하는 데 많은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또 인쇄소가 있다고 인쇄물이 완성되는 게 아니다. 머릿속 구상한 아이디어를 모니터 속에 시각화하는 디자인과정과 인쇄할 원판을 만드는 과정, 여기에 인쇄기를 가동해 종이에 찍어내는 단계를 거쳐 수요자의 주문에 따라 스프링이나 접착제로 책자를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  극동인쇄사의 임재완 대표가 인쇄물에 이상이 없는지 확대경으로 확인하고 있다,
▲ 극동인쇄사의 임재완 대표가 인쇄물에 이상이 없는지 확대경으로 확인하고 있다,
토탈 박춘현 대표는 “인쇄물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여러 과정에는 제각각 고유의 장비가 필요해 하나의 인쇄소에서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처리하기 어려워 분업이 이뤄진다”며 “인쇄물을 접거나 스프링으로 책을 만드는 과정을 전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곳에 여러 업체가 모여 있는 대전 인쇄거리는 그래서 경쟁력이 있다. 대전세종충남 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김낙관 상무이사는 “앞집 인쇄소에 일거리가 많아야 우리집도 잘되는 식으로 인쇄거리에서는 누구 하나 빠질 수 없는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협업과 분업을 거쳐 간단하게는 팸플릿과 청첩장 등이 만들어지고 두꺼운 용역보고서나 잡지, 책 등이 만들어진다.

대전 인쇄특화거리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KTX처럼 발달한 배송문화를 이용해 대전지역의 주요 인쇄물 주문이 서울이나 대구로 빠져나가고 있다. 또 세종시에 있는 정부 기관들이 지역 인쇄업체들에게 문을 열지 않고 있어 판로개척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전세종충남 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승복 이사장은 “인쇄품질은 전국 최고수준을 자랑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규모 있는 업체가 있는 서울 쪽으로 주문이 모이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고시금액 미만의 물품·용역을 구매할 경우 중소기업자와 우선 구매한다는 판로지원법을 계기로 인쇄거리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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