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생인 김모(15)군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인 '○○의 거인'의 연재 방송만을 기다린다.
김군은 국내에서는 방송을 직접 보기가 어려워 일요일 오전 10시께 제공되는 유튜브 영상을 즐겨찾는다. 일본에서는 일요일 오전 1시께 방송이 되기 때문에 이를 일반인이 녹화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인데, 오후께가 되면 저작권 문제로 영상은 차단된다.
김군은 “누군가 무료로 온라인 상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타이밍만 맞추면 영상을 볼 수 있다”며 “굳이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을 아는 데 누가 돈을 내고 보겠냐”고 반문했다.
가히 콘텐츠 홍수시대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을 비롯해 이제는 모바일에서도 콘텐츠 소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반면, 불법 콘텐츠 유통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해당 정보나 내용물을 제작하려면 수많은 노력과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불법 콘텐츠는 저작권자의 투자를 무색케 할 정도다.
1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콘텐츠 업체 실태조사 결과, 매출액, 수출액, 종사자 등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매출액 83조 원(13.2%↑), 수출액 43억 달러(34.9%↑), 종사자 수 61만 명(1.5%↑) 등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콘텐츠는 양적 성장뿐 아니라 한류, 청년고용, 브랜드 등의 질적 성장으로 국내 경제에 활력소 역할까지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법 콘텐츠로 인한 시장 왜곡현상은 도를 지나칠 정도다. 최근에는 불법 다운로드 음원 시장이 축소됐지만 아직도 영상물에 대해서는 개인간 직접 연결되는 유통경로를 통해 불법으로 유포되거나 거래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콘텐츠 유통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나서서 경쟁적으로 무료 콘텐츠 시장을 열고 벤처기업들의 기회를 빼앗는 구조 역시 문제다.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고 '규모의 경제'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은 오히려 이용자들이 유료 콘텐츠 시장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지적된다.
최근에 카카오가 출시한 유료 콘텐츠 시장인 ‘카카오페이지’ 역시 유료 콘텐츠 시장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이 발동해 사실상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한 콘텐츠 저작권자는 “단순히 콘텐츠 유통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닌, 수요자들의 인식을 함께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며 “무조건 퍼주기식으로 시장을 점유하지 말고 질 높은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스스로 구매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사회구조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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