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대전시민대학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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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렬]대전시민대학에 바란다

[세설]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3-07-11 14:42
  • 신문게재 2013-07-12 21면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 류명렬 대전남부장로교회 담임목사
지난 8일 옛 충남도청사에 대전시민대학이 개교했다. 시민대학은 800여 강좌에 1만여 명이 수강하는 호응 가운데 문을 열었다. 대전시민대학은 이제 첫발을 띄었지만, 많은 자치단체가 시민대학을 이미 운영하고 있으며, 덴마크와 독일 등 국외에서는 역사만 200년 가량이다.

비록 후발주자지만, 대전시민대학은 '한번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인문학과 어학, 직업교육,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다양한 강좌를 준비해 출범했다.

대전시민대학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몇 가지 바라는 사항이 있다.

첫째, 시민대학은 설립취지처럼 정규교육과정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시민에게 배움의 기회와 만족을 제공하는 기회이자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정규교육과정에 접근하지 못했던 시민과 전공분야 밖 영역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이 이번 시민대학을 통해 실제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고 만족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민대학의 기원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덴마크의 국민운동가 그룬트비히(Grundvig)는 당시 귀족 엘리트층 자제들에 한정되었던 교육의 기회를 평민들에게 확대시키고자 오늘날 시민대학과 유사한 '국민고등학교(Folk high Sch ools)'를 만들었다. 그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덴마크의 젊은이들을 일깨워, 참담했던 조국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덴마크는 세계 최고의 낙농국가이자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

이에 영향을 받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독일의 시민대학(Volkshochschule)이다. 일의 경우, 2432개 시민대학이 운영되고 있으며, 시민대학은 아무런 입학 조건의 제한없이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일에서는 평생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시민대학이 이런 역할을 감당해 주었으면 한다.

둘째, 대전시민대학이 현대사회의 개인·고립화를 극복할 수 있는 소통과 만남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사회는 점차 개인화되어가고 개인은 소외와 고립 등과 싸워야 한다. 이러한 때에 다른 인격과, 다른 존재와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 자신을 열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것은 건강한 시민사회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전시민대학이 단순히 교양과 정보의 배움터가 아니라, 시민들이 소통과 만남의 장의 역할을 해 주기를 희망한다.

셋째, 대전시민대학 프로그램들을 통해 시민들의 의식이 고양되고 성숙해지는 결과를 기대한다. 독일의 시민대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국민의 의식 교육에 매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전쟁패배 이후에 독일 국민 사이에 퍼져 있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혐오라는 악재(惡材)를 독일은 시민대학의 교육을 통해서 극복했다. 시민대학의 교육은 비정당적, 비종파적 성격을 띠고 있다. 사회적으로 직면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가, 어떻게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했으며, 성숙한 시민의식과 교육의 결과는 동서독의 무혈(無血) 통일을 이루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고 있다.

편향적인 색채의 교육은 오히려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또 시민대학의 존재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교과과정에 들어 있는 '대화법'과 '비폭력 대화', '인문학적 인간이해' 등의 프로그램은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육이 시민 의식을 고양하고 성숙하게 하여, 대립하는 문제들을 합리성과 상호 존중의 모습으로 풀어갈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 그룹의 형성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또한, 대전시민대학이 시민들의 기대와 성원 가운데 출발하였는데, 시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통해 정착되고 위의 바램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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