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영]경청의 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윤치영]경청의 힘

[논단]윤치영 스피치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13-07-11 14:36
  • 신문게재 2013-07-12 20면
  • 윤치영 스피치아카데미 대표윤치영 스피치아카데미 대표
▲ 윤치영 스피치아카데미 대표
▲ 윤치영 스피치아카데미 대표
한 젊은이가 대중 연설과 웅변술을 배우려고 소크라테스를 찾아갔다. 젊은이는 위대한 철학자에게 자신이 소개되는 순간부터 유창하게 계속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젊은이가 너무 오래 이야기하는 바람에 소크라테스는 지혜의 핵심부는 고사하고 그 가장자리에서 흘러나온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마침내 소크라테스는 젊은이의 손을 입으로 가져가 거침없이 쏟아지던 젊은이의 입을 막았다.

소크라테스는 “여보게 젊은이. 자네에게는 수업료를 두 배로 받아야 할 것 같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젊은이는 불평을 쏟아냈다.

“수업료가 두 배라고요? 대체 왜 그런 거죠.”

소크라테스는 그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왜냐하면, 말일세, 자네를 훌륭한 지도자로 만들려면 자네에게 두 가지 원리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네. 첫째는 혀를 자제하는 법을 배워야만 하네. 그리고 나서야 혀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걸세.”

필자는 '말하는 법'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화술전문가'다. 많은 이들이 말을 잘하려고 필자를 찾아오지만 '말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잘 듣는 법'이다. 유창하게 말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 사실을 아무리 강조해도 실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는 '사람을 대할 때 가르치려 하지 마라. 다만, 진심으로 함께하는 마음이면 절로 통한다. 세상이 혼란스러운 것은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없는데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고수는 말을 아낄 줄 안다. 경청하는 것이 바로 훌륭한 지도자가 배우는 방법이다.

경청의 가장 낮은 수준을 이르는 '배우자 경청'이란 용어가 있다. TV를 보면서 건성으로 듣는 것이다. '좀 조용히 해봐', '있다가 얘기해' 하는 식의 경청이 바로 배우자 경청이다. 가까운 사람의 말을 얼마나 안 듣길래 이런 용어가 생겨났을까. 듣는 것(hearing)과 경청(listening)은 다르다. 듣는 것은 소리라는 음파가 속귀의 귀청을 울리는 물리적 현산인 반면, 경청은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여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경청은 소리를 감지하는 물리적 귀가 아니라, 감정을 알아차리는 마음의 귀를 갖는다는 의미다. 경청은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경청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적극적 경청은 상대가 말하는 낱말 그대로의 의미만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고, '이 사람이 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일까'라며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자세로 듣는 것을 말한다.

둘째, 반사적 경청은 적극적 경청의 하나로 상대가 화났거나 감정이 끓어오를 때 평가나 편견을 가하지 않고, 겨울에 비치듯이 되돌려 줌으로써 상대의 감정을 내가 이해하고 있음을 전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공감적 경청은 경험의 최고 단계로 감정이입적 경청이다.

말하는 것을 피상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왜 이런 말을 하고 있으며 그 안에 깔려 있는 느낌과 생각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도록 상대방의 처지에서 주의를 끝까지 집중해 그의 말을 듣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시선이나 자세를 상대 쪽으로 향한다. 시선을 외면하거나 뒤로 젖혀진 자세는 상대에게 거부감과 무시당하고 있다는 기분을 줄 수 있다.

처지를 바꾸어 본다. 사람마다 성장배경과 처지가 다르므로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처지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의문점이 있으면 질문한다. 지레짐작으로 넘어가지 말고, 확실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야 자기 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상대가 알고, 공감수준도 넓어진다.

선입관과 편견에서 벗어난다. 상대의 과거, 전해 들은 말, 신체적 특성 등에 의한 선입관을 가지지 말고 지금 현재의 상대를 보려고 노력한다.

결점과 문제점보다 감춰진 장점, 잠재력을 찾으며 듣는다. 공감을 잘하고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상대방의 감춰진 장점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

표현된 말보다는 비언어적인 제스쳐에 귀를 기울인다.

말의 내용보다는 목소리의 강약과 떨림, 시선, 제스쳐, 억양, 자세 등에 보다 많은 내면적 정보가 실리므로 집중한다. 필자가 추천하는 가장 좋은 경청은 중요한 대목은 메모하면서 듣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4.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5.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1.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2.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