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이야기]지록위마(指鹿爲馬)

  • 문화
  • 공연/전시

[묵향이야기]지록위마(指鹿爲馬)

윗사람을 농락하여 마음대로 휘두름

  • 승인 2013-07-11 13:53
  • 신문게재 2013-07-12 11면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영원히 살기 위하여 불로초까지 구하러 다녔던 진(秦)나라 황제인 진시황이 죽자, 환관 출신인 조고(趙高)는 교묘한 계략으로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나이 어린 호해(胡亥)를 황제로 삼았다. 현명한 부소보다는 나약하고 용렬한 호해가 다루기 쉬웠기 때문이다. 호해는 '천하의 모든 쾌락을 마음껏 즐기며 살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어리석었다고 한다.

그 후 조고는 어리석은 호해를 조종하여 경쟁자인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한 그 밖에 많은 충신들을 죽이고 승상이 되어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조고는 자신이 세운 2세 황제마저 죽이고 스스로 황제가 되려는 음모를 꾸미게 되었다. 그리하여 조고는 조정의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 지록위마(指鹿爲馬)
▲ 지록위마(指鹿爲馬)
“폐하, 말(馬)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시오소서.”

“승상은 농담도 잘 하시오.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 어떻소? 그대들 눈에도 저 사슴이 말로 보이소?” 호해는 좌우에 있는 신하들에게 대답해 보라고 하였다. 조고의 권세와 황제의 안전에 눈치를 살피고 있던 대신들은 '그렇다'고 긍정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죽여 버렸다. 그 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천하는 혼란에 빠졌다. 각처에서 진나라 타도의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중 항우와 유방의 군사가 도읍 함양(咸陽)을 향해 진격해 오자 조고는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을 세워 3세 황제로 삼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고 자신이 자영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새 옷 입었다고 자랑하지 말고 그 옷이 더렵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보다 잘 났다고 자랑하지 말고 그 옷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위압적인 자세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농락하며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면 언젠가는 자기도 더 한 어려움을 당하므로 항시 존경하고 덕을 베풀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삶이 몸에 습관화 될 때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부터 호화낙후향(好花後香) 칭찬의 명성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