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위기는 변화와 동의어로 사용될 수 있다. 삶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은 곧, (흥망성쇠의) 갈림길로 작용한다. 변화를 잘 활용하면 성장의 기회가 되는 반면, 변화에 부적응적일 때는 퇴행하면서 심리정신적인 질병을 얻게 된다. 모유를 먹이던 아기에게 적당한 시기가 되면 이유식을 먹이고, 점차적으로 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이며, 더 성장해서는 근골격계 및 내장 기관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운동을 장려하는 목적은 육체적인 건강을 강화시켜서 외부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상담은 심리적인 건강을 강화시킴으로써 환경변화(스트레스)에 잘 적응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상담 현장에 있다 보면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최근에 발생한 스트레스 사건이 원인이 되어 자신이 심리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상담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내담자는 이미 해당 사건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심리건강이 약했던 사람이다. 마치 겨울 날씨가 춥다고 모든 사람이 감기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 약한 사람이 주로 감기에 걸리는 것과 같다. 만일 그 내담자가 심리적으로 건강했다면 그 사건을 오히려 성장의 자료로 삼았을 것이다.
인간의 심리건강이 부적응적인 차원(심리정신적 질병)으로까지 발전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정신분석학적 측면), 왜곡된 인지구조(인지주의적 측면), 부적응적인 행동습관(행동주의적 측면)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약화된 심리건강 상태에서 스트레스 사건이 발생하면 이미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역사에 있어서 '의지'는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인정되었다.
나폴레옹이 말한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이나, 한국에서 자주 사용되는 '하면 된다'라는 말은 모두 의지를 강조한 말이다. 상담 현장에서도 내담자들은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으로 자신의 의지를 매우 강조한다. 그러나 이 말은 다리가 매우 아픈 환자에게 의사가 골절진단을 하자, 환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갖고 그냥 걷겠다는 말과 같다. 심리건강이 질병적인 차원으로 발전하면 이것은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반드시 상담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기도 한다. 심리정신적인 측면의 건강도 이와 같다.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며 자주 웃고, 인생의 주요 변화 시기에 상담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검진과 처방을 받으면, 위기가 심리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줄어 든다. 필자는 적어도 결혼, 출산, 자녀의 진학, 자녀의 결혼, 가족의 사망 등의 인생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담을 받도록 권하고 싶다.
최근에 한국 사회에서 주부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주부우울증만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취업 스트레스, 중ㆍ고등학생의 학업스트레스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이를 이겨낼 만한 심리건강 상태를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조만간 한국사회는 심리정신적인 질병에 의한 심각한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다. 상담은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위한 준비이며, 사회적으로는 사회비용 손실을 줄이는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다. 여기에 상담의 유익성이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