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특화거리를 가다]중구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

[대전 특화거리를 가다]중구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

원단 자투리 골목서 맞춤옷시장 주름잡는 '넘버 3'로 1980년대 초 자투리 원단 유통하는 작은 상점서 시작

  • 승인 2013-07-09 14:03
  • 신문게재 2013-07-10 1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 특화거리를 가다] 2. 중구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

▲ 의상실 내에서 주문받은 옷을 재단하고 재봉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손인중 기자
▲ 의상실 내에서 주문받은 옷을 재단하고 재봉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손인중 기자

대전 중구 목동의 선병원과 중촌동 중촌네거리 사이 골목에 '맞춤패션거리'가 있다. 중구 중촌동 평범한 주택가 골목을 따라 30m쯤 들어가 만나게 되는데 의상실부터 원단가게, 단추 등의 부속물까지 옷 한 벌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게 그 골목에 모두 있다. 옷을 맞추려 골목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다소 줄었지만, 숙련된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최고의 옷을 향한 자부심은 빛을 더했다. <편집자 주>

▲자투리골목에 기술자들이 모이고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는 옷의 재료인 원단이 귀하던 1980년대 초 조각난 원단 자투리를 유통시키는 작은 상점이 중촌동 골목에 자리 잡으면서 시작했다.

공장에서 공식적으로 유통되는 한 필보다 적지만, 맞춤 옷 한 벌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원단이 이곳에서 저렴하게 공급됐다. 이러한 원단을 산 소비자는 인근에서 맞춤옷을 곧바로 맞추길 원했고 처음 자리를 잡은 원단가게에 이어 골목에는 어느새 맞춤 의상실이 즐비해졌다.

▲ 맞춤패션거리에 단추를 공급하는 부자재 가게.
▲ 맞춤패션거리에 단추를 공급하는 부자재 가게.
현패션 김현석 대표는 “중촌동 일대가 예전에는 고급스러운 주택가였고, 제대로 된 기성복이 없던 때여서 맞춤옷을 찾는 사람들은 원단을 직접 골라 곧바로 옷을 주문할 수 있는 목동ㆍ중촌동을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맞춤패션거리는 단독주택 1층에 방을 빌려 재봉틀을 가져다 놓고 밤새 옷을 재단하고 재봉했고, 일거리가 보따리에 쌓여 재봉틀 앞에 줄을 섰다. 옷을 맞추는 의상실이 목동과 중촌동 골목에 90여 개가 있었고 의상실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이 으레 기다렸다.

40년 경력의 재희의상실 박원식(70) 대표는 “옷을 맞추려는 손님들이 골목을 채웠고, 골목에 구두소리가 온종일 울리던 게 엊그제 같이 떠오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전국 세손가락 안에 드는 맞춤패션거리

공장에서 완성품으로 나오는 기성복이 시장을 주름잡으면서 맞춤옷의 인기도 시들해졌지만, 그 명성은 아직 남아 있다.

지금도 목동ㆍ중촌동 일대에는 맞춤옷 전문상가 60여 개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명동·서울·베틀직물처럼 원단을 공급하는 가게부터 양패션ㆍ현패션ㆍ미렬패션처럼 원단을 가공해 옷을 만드는 의상실까지 촘촘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 옷깃에 단춧구멍을 내 단추를 달고 각종 실을 공급하는 부속물 가게까지 한 곳에서 맞춤옷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덕분에 맞춤옷을 찾는 사람들에게 대전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는 서울과 대구의 맞춤 전문거리보다 규모가 있는 전국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소다. 또 의상실마다 개성이 있어 화려한 연주복을 잘하거나 결혼식 의상 또는 스포츠댄스 등의 의상을 전문하는 곳도 있다.

▲ 중구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 전경.
<br />
▲ 중구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 전경.
1985년에 이곳에 자리 잡은 대우사 권명희(56)씨는 “이곳 골목에 어떤 이는 수십 년간 직물의 원단을 만져왔고, 또다른 이는 몸에 맞춰 옷을 재단하고 재봉하는 일을 전문해왔다”며 “이러한 기술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대전의 명소가 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상점가 등록해 대전의 명소로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는 주변 다른 상점과 연대를 이뤄 전문상점가 등록을 준비 중이다. 특화거리 입구에 설치된 상징 조형물도 다시금 단장해 시민들에게 맞춤패션거리가 이곳에 있다고 알릴 계획이다. 여기에 공영주차장을 더욱 확대해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나 매년 가을에 개최한 축제도 더욱 풍성하게 준비할 예정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