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실 내에서 주문받은 옷을 재단하고 재봉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손인중 기자 |
대전 중구 목동의 선병원과 중촌동 중촌네거리 사이 골목에 '맞춤패션거리'가 있다. 중구 중촌동 평범한 주택가 골목을 따라 30m쯤 들어가 만나게 되는데 의상실부터 원단가게, 단추 등의 부속물까지 옷 한 벌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게 그 골목에 모두 있다. 옷을 맞추려 골목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다소 줄었지만, 숙련된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최고의 옷을 향한 자부심은 빛을 더했다. <편집자 주>
▲자투리골목에 기술자들이 모이고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는 옷의 재료인 원단이 귀하던 1980년대 초 조각난 원단 자투리를 유통시키는 작은 상점이 중촌동 골목에 자리 잡으면서 시작했다.
공장에서 공식적으로 유통되는 한 필보다 적지만, 맞춤 옷 한 벌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원단이 이곳에서 저렴하게 공급됐다. 이러한 원단을 산 소비자는 인근에서 맞춤옷을 곧바로 맞추길 원했고 처음 자리를 잡은 원단가게에 이어 골목에는 어느새 맞춤 의상실이 즐비해졌다.
▲ 맞춤패션거리에 단추를 공급하는 부자재 가게. |
당시 맞춤패션거리는 단독주택 1층에 방을 빌려 재봉틀을 가져다 놓고 밤새 옷을 재단하고 재봉했고, 일거리가 보따리에 쌓여 재봉틀 앞에 줄을 섰다. 옷을 맞추는 의상실이 목동과 중촌동 골목에 90여 개가 있었고 의상실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이 으레 기다렸다.
40년 경력의 재희의상실 박원식(70) 대표는 “옷을 맞추려는 손님들이 골목을 채웠고, 골목에 구두소리가 온종일 울리던 게 엊그제 같이 떠오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전국 세손가락 안에 드는 맞춤패션거리
공장에서 완성품으로 나오는 기성복이 시장을 주름잡으면서 맞춤옷의 인기도 시들해졌지만, 그 명성은 아직 남아 있다.
지금도 목동ㆍ중촌동 일대에는 맞춤옷 전문상가 60여 개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명동·서울·베틀직물처럼 원단을 공급하는 가게부터 양패션ㆍ현패션ㆍ미렬패션처럼 원단을 가공해 옷을 만드는 의상실까지 촘촘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 옷깃에 단춧구멍을 내 단추를 달고 각종 실을 공급하는 부속물 가게까지 한 곳에서 맞춤옷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덕분에 맞춤옷을 찾는 사람들에게 대전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는 서울과 대구의 맞춤 전문거리보다 규모가 있는 전국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소다. 또 의상실마다 개성이 있어 화려한 연주복을 잘하거나 결혼식 의상 또는 스포츠댄스 등의 의상을 전문하는 곳도 있다.
▲ 중구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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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가 등록해 대전의 명소로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는 주변 다른 상점과 연대를 이뤄 전문상점가 등록을 준비 중이다. 특화거리 입구에 설치된 상징 조형물도 다시금 단장해 시민들에게 맞춤패션거리가 이곳에 있다고 알릴 계획이다. 여기에 공영주차장을 더욱 확대해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나 매년 가을에 개최한 축제도 더욱 풍성하게 준비할 예정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본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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