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교사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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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교사의 권위

[시사 에세이]장동혁 대전지방법원 판사

  • 승인 2013-07-08 14:07
  • 신문게재 2013-07-09 20면
  • 장동혁 대전지방법원 판사장동혁 대전지방법원 판사
▲ 장동혁 대전지방법원 판사
▲ 장동혁 대전지방법원 판사
지난달 25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아들을 체벌했다는 이유로 학교에 찾아가 교사를 폭행하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설을 한 학부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판결이 있었다. 이 사건은 판결 선고 전에도 재판장이 판결에 앞서 피고인들에게 해당 교사를 찾아가 사과하도록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나는 사건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학부모를 비난하거나 판결의 당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아내가 학부모 모임을 하고 와서 들려준 이야기다. 어느 고등학교 학생 한 명이 교장실로 찾아가 교장선생님께 “내가 학교에 내는 돈이 얼마인데 왜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느냐”고 따진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만 들어도 기가 막힐 일인데 몇몇 엄마들은 “그 애 엄마, 애를 리더십 있게 잘 키웠네”라며 그 학생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작년 9월 딸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셨다. 일주일 전부터 딸아이는 이것저것 추억이 담긴 선물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교생이 교장선생님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둘째인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인데 작년 스승의 날에 아들이 직접 쓴 감사의 편지와 함께 마음만 표시할 수 있는 조그만 선물을 아들 편에 보냈더니 선생님께서 “선생님은 네가 쓴 편지가 가장 좋아”라고 말씀하시고는 선물은 돌려보내셨는데 아들이 그만 그 선물을 길가에 버리고 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두 분의 이야기를 적었지만 그동안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로서 내가 만난 선생님들은 위에서 적은 두 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들이었다. 딸아이는 벌써 열두 분의 담임선생님을 만났고 아들은 두 분의 담임선생님을 만났으니 열 네 번이나 우리 아이들만 운 좋게 훌륭하신 선생님을 만난 것 같지는 않다.

아이들과 학교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 비해 모든 면에서 학교가 정말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교사의 권위는 더 이상 떨어질 곳조차 없이 무너지고 있다.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 있다. 그 핵심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고, 학교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의 권위가 반드시 필요하다. 교사의 권위는 교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학교가 권위를 잃고 교사가 권위를 잃는다면 그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다. 물론 어느 조직이나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완벽할 수는 없다. 때로는 교사가 실수할 수도 있고, 비교육적인 언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대응하는 방법은 학교와 다른 교사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는 정상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에어컨 사건을 대하는 몇몇 학부모의 모습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교사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는 원인이 우리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혹시 부모인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개탄스러워 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평소 가정에서 부모인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은연중에 보여준 모습들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 우리의 행동은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존경과 권위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고, 권위를 얻으려면 그에 맞는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나도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자식'이라는 색안경에 가려져 존경받을 만한 교사에게 권위를 인정할 마음의 여유가 있기는 한 것인지, 교사들이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들을 믿고 따를 준비가 되어있기는 한 것인지 먼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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