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활동가 네명이 낫과 전정가위로 풀과 칡넝쿨을 베고 자르고 한 뒤에야 제대로 얼굴을 내민 고인돌. 역사는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땀과 노력이 있을 때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 |
아카시아가 곳곳에 가시를 세우며 버티고 있었고, 칡이 기세도 등등하게 넝쿨을 뻗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겨우 얼굴을 내민 고인돌들. 우린 다들 심호흡을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낫으로 풀을 베고, 전정가위로 가지들을 자르고, 고인돌 주변으로 뿌리를 뻗은 풀들을 뽑아내고… 땀이 뚝뚝 떨어지고 온 몸이 열기로 후끈거렸다.
하지만 점점 더 말끔해져 가는 주변을 보며 신이 나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한참을 작업하고 나니 풀들에 둘러싸여 제대로 보이지도 않던 고인돌들이 늠름하게 얼굴을 드러냈다. 우리는 서로 탄성을 질렀다. “와우~ 해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힘들어도 보람 있었다'며 흐뭇하게 돌아 왔건만 그 날 저녁 다리를 긁느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바지 사이를 뚫고 모기들이 무차별 공격을 가한 것이다. 땅 속 깊이 뿌리내린 풀을 뽑느라 힘 쓴 까닭에 팔도 아팠다.
그러나 내 손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에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우리 고장에 자리하고 있는 의미있는 곳들이 내가 쏟은 정성과 땀방울 때문에 잘 정리되고 보존될 수 있다면 기꺼이 힘듦을 감수하겠다. 돌봄 활동을 하고 있는 올해는 아마도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낼 것 같다.
/박규순 객원기자
※한밭문화마당 문화재돌봄사업단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규순 객원기자가 지난달 28일 유성구 외삼동 고인돌에서 작업하며 느꼈던 소감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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