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곡동 입구의 표지석 쪽으로 우회전, 동쪽을 향해 가다 '어느 곳일까?' 잠시 두리번거리니 저만치 오른쪽 너른 들판, 나무 한 그루가 눈에 확 들어온다.
폭우로 몸을 가누기도 힘든 날 고향을 떠나 정착한 곳, 어언 650년의 세월이 흘렀단다. 나무에 깃들어 있던 참새를 잡고 놀았던, 가지에 매달려 있던 뱀을 보고 놀랐던 마음, 그늘에서 어른들이 멍석을 매셨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신사년 음력 6월 14일 새벽에 폭우로 갑천이 넘쳐 14가구가 물에 잠겨 이사했다며 비닐하우스를 가리킨다.
올해엔 날망이만 늦게 피고 골고루 잎을 틔워 풍년이 들 것이라 한다.
잎 겨드랑이에 숨어서 수줍은 듯 매달려 있는 수많은 열매들이 묵묵히 서서 마을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지켜보며 함께 했던 이야기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음력 칠월 칠석 날 와서 술 한 잔하고 가.” 느티나무처럼 내가, 우리가, 7월의 푸르름을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순덕 객원기자
●괴곡동 새뜸마을 느티나무는?
수령 660년으로 우리나라 느티나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높이 26m, 둘레 8m60㎝, 가지는 26m에 달한다. 대전지역 제1호 식물종(種)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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