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용서하되 잊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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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용서하되 잊지는 말자

[목요세평]김형태 한남대 총장

  • 승인 2013-07-03 14:34
  • 신문게재 2013-07-04 20면
  • 김형태 한남대 총장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6·25 한국전쟁은 3년 1개월 2일간(1950.6.25~1953.7.27) 지속된 민족끼리의 전쟁으로 수많은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를 내었고 UN참전 후 우방국 장병들의 희생도 적지 않은 전쟁이었다.

지금도 6·25전상자가 보훈병원에서 치료 중에 있고 1000만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서로의 생사를 모르고 부모형제의 묘소를 궁금해 하며 살고 있다. 6·25 한국 전쟁에 관한 여러 노래와 소설 및 시(詩 )들이 나왔다. 그중 몇편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① “세 명의 포로가 숲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몇 번인가 총성이 울리고 잠시 후 사수(射手)가 표정없는 얼굴로 걸어 나온다/ 여기 지구를 도는 씨줄의 어느 한 점 풀도 나무도 쓰러져 누운 잔인한 땅/ 길을 가던 소년의 귀에 어디선가 들려오던 어머니들의 통곡 소리/ 바람은 알고 구름도 보았으련만 참아 기별할 수 있었으랴/ 사립문 닫지 못한 채 바람 소리에도 가슴 내려 앉았을 그 모진 기다림을 어이하랴/ 아아, 소년의 귀에 들려오던 그 소리는 그 기-ㄴ 파람의 통곡 소리는 지금도 들려오는데/ 기다림 멎은 폐가엔 열려있던 사립문 스러저 누워있고 무성한 잡초만 바람에 흔들리네” (송문익/ 육이오- 그 통한의 메아리)

② “하늘을 갈기갈기 찢는 소리 땅이 터져오르는 피분수 버섯구름 폭발해 퍼지는 냄새 살점 흐트러지는 비명/ 전쟁은 요단강보다 더 깊은 수렁이었다/ 너보다는 내가 살아야 하는 무의식 속에 홀로 뛰는 백치 아니 천재인가 잠재된 원초적 본능인가/ 생사를 골라야 하는 절박한 순간 머릿속은 점 하나 찍을 수 없고 차라리 피를 날린 하얀 무덤이었다/ 사시나무의 무릎은 달리고 뛰어도 거북이 걸음으로 바위틈에 엎드려 압축된 목안의 공기를 가늘게 채쳐 숨쉬어도 내 그림자는 흔들려 사격하는 적의 목표가 될까 심장이 파도쳤다/ 눈물은 여유로운 사치였다. 한바탕 교전이 끝나고 세상이 죽어 넘어진 듯 괴괴한 흐름, 초긴장의 두려움은 거기 있었다. 그때 내 반사적인 행위는 놀라웠다/ 어금니를 물고 사자처럼 바위 밖으로 뛰어나와 사방을 휘둘러 보았다. 그때가 오늘의 지루한 하오를 긴장하게 한다.”(유소례/ 절박한 순간- 육이오 전쟁 속에서)

③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상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박봉우/ 휴전선(休戰線)

④ 이념의 벽이 이다지 두터웠던가/ 나는 지금, 철갑차에 실려 다시 못 돌아올 다리를 건너고 있다./여긴 포로 수용소. 6.25 동란이 낳은 눈물의 바다./좌익과 우익이 패를 나눠 서로의 가슴을 할퀴고 지나간 자국들 예까지 밀려온 수만명의 북한 동포가 그래도 살아보겠노라고 손끝이 닳도록 제련하는 저 모습 어디까지 진실로 믿어야 할까/ 폭동이 일어 불길이 번지는 막사에는 민족 자존의 혼이 흐르는데 서러워라 아직도 총뿌리 거두지 못한 이념의 벽 앞에 통곡으로 거제 골을 울리는 동포의 푸른 넋/(김윤자/ 포로수용소- 거제도 기행)

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기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노래: 백남옥, 작곡: 장일남, 작사:한명희/ 비목) 6월이 지났어도 6·25의 비극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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