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이야기]순망치한(脣亡齒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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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이야기]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

  • 승인 2013-06-27 14:26
  • 신문게재 2013-06-28 11면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춘추 시대 말엽, 오패의 한 사람 진(晉)나라 문공(文公)의 아버지 헌공(獻公)이 곽 나라와 우(虞)나라를 공략할 때의 일이었다. 곽나라를 치기로 결심한 헌공은 우나라 영토를 통과해야 하므로 우공(虞公)에게 길을 빌려 주면 많은 재물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우공이 이 제의를 수락하려 하자 총신(寵臣) 궁지기(宮之寄)가 극구 반대하고 나섰다. 우나라 궁지기는 매우 현명하고 사리에 밝은 신하였다.

“전하, 곽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이옵니다. 옛 속담에도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순망치한:脣亡齒寒)란 말이 있사온데, 이를 곧 곽나라와 우나라를 두고 한 말이라고 생각되옵니다. 그런 가까운 사이인 곽나라를 치려는 진나라에 길을 빌려 준다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 옵니다.”

▲ 순망치한(脣亡齒寒)
▲ 순망치한(脣亡齒寒)
“경은 진나라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소, 진나라와 우나라는 모두 주황실(周皇室)에서 갈라져 나온 같은 민족의 나라가 아니오 그러니 해를 줄 리가 있겠소?” “전하 곽나라 역시 동종이옵니다. 하오나 진나라는 동종의 정의를 잃은지 오래이옵니다. 예컨대 지난날 진나라는 봉친(宗親)인 제(濟)나라 환공(桓公)과 초(楚)나라 장공(莊公)까지 죽인 일도 있지 않사옵니까? 전하, 그런 무도한 진나라를 믿어선 아니 되옵니다.”

그러나 진나라의 청을 들어 주지 않았을 때의 후한이 두려웠던 우공은 총신의 간곡한 만류도 뿌리치고 결국 진나라에 길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자 궁지기는 화가 미칠 것을 두려워하며 일가권속(一家眷屬)을 이끌고 우나라를 떠나 버리고 말았다. 그 해 곽나라를 멸하고 돌아가던 진나라 군사는 궁지기의 예언대로 단숨에 우나라를 공략하고 우공을 포로로 잡아 우나라를 합병하고 말았다.

자기의 이익에 눈멀어 도와주는 덕은 생각지도 않고 도와준 덕을 오히려 해로 대하는 일들이 빈번하다.

인간사 모두가 언제나 도움을 쌓아 놓았다가 후일 덕으로 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시금 덕이 돌아오지 않음을 명심함과 동시에 한발 나아가 남에게 봉사하는 덕이 집안 3대(代)이상 베풀 때 그 가족은 남향(南向)집에서 삶을 누린다는 옛 글을 귀담고 항시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을 되새겨 봄직하다.

박일규 국전서예초대작가·前 대전둔산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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