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성년후견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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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준]성년후견인제도

[논단]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3-06-27 14:23
  • 신문게재 2013-06-28 20면
  • 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 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 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장애를 가진 자녀와 그 부모가 겪는 고민, 고통은 매우 다양하고도 다르며 여러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오늘날 장애인복지 전반의 상당한 발전은 '장애인가족지원' 분야에 대한 정책적 민감성도 일깨우긴 했지만, 실질적 대안 마련에 대한 적극성과 지원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제가 많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갖는 복잡한 고민 속에는 특히, 자신들의 죽음 이후 장애를 가진 내 자식이 성인으로서 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게 자리하는 것 같다.

물론,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가족 등에 대한 믿음이 있지만, 이마저도 현대사회에서는 커다란 회의로 돌아오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사후에 남을 재산 등의 관리나 운용, 그것을 통한 자식의 원활한 삶의 영위는 부모가 마지막으로 바라는 지극히 정상적인 소망일 것이나, 이에 대해 누구도 함부로 장담해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자기사고와 판단능력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행동과 적응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발달장애 성인과 부모에게는 더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회적 최약자층의 인권보호와 재산권 보장 등을 위한 법정후견인제도가 마련됐다.

이 제도는 2011년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법개정안의 핵심으로, 행위능력의 완전상실이나 행위능력의 과도한 제한을 가져왔던 기존의 금치산(禁治産)이나 한정치산(限定治産) 등을 대신하는 '성년후견'(成年後見)을 명기하고 있으며, 민법 제9조(성년후견개시의 심판)에서는 대상을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성년후견인 제도란 정신적 장애(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정신장애 등)나 치매 및 특정 상황에서 판단능력이 불충분한 사람이 재산권과 참정권, 일상생활 영위를 위한 기본적 법률행위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조치다. 자기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지정, 원조함으로써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과제도 많다.

지금까지 당사자 본인의 의사나 장애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행위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실제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복지욕구와 실질적인 일신상의 도움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했던 금치산·한정치산 등에 대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년후견인의 역할 상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동시에 그들의 권력남용에 대한 민감성도 제대로 유지돼야 한다. 당사자의 견해가 전달되고 자기결정과 선택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후견인의 영향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성년후견인의 역할정립 과정에서 당사자와 후견인 간 상호작용을 통한 '한계의 협상'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때문에 당사자에게 다양한 선택가능성을 제시하고 협의함으로써 '결정하도록' 하는 원칙과 '의존적 자립'에 대한 이해도 충분해야 할 것이다.

성년후견인 제도 시행의 이념적 기틀은 근본적으로 당사자의 자기결정과 정상화 및 사회통합의 지향과 관련 있다.

동시에 인권의식에 기반을 둔 당사자의 잔존능력 활용 관점도 포함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법률적 측면에서의 권리보장과 증진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당사자의 인간다운 삶의 영위와 유지라는 측면에서 궁극적인 인간복지를 지향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이러한 '복지서비스'를 정당한 권리로써 이용하려면 그 과정과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복잡해선 안 된다.

곧 성년후견인 이용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같은 제도를 도입한 프랑스(1968년)나 독일(1992년)의 경우, 이용자는 수치상 전 국민의 약 1% 정도라 한다.

1%는 극소수일 수 있지만, 권리옹호가 지극히 어려운 소수자들에 대한 보호야말로 우리 사회의 인권과 복지 그리고 인식에 대한 절대적 척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 '내 새끼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그저 안타까웠고, '나 죽을 때 내 새끼도 같이 묻어주세요'라던 한 고령의 어머니 말씀에 더는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사회의 그 가족과 당사자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배려가 더욱 절실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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