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대덕문화원에서 새로 시작한 '심봉사전' 연습을 하던 중 단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그야말로 은빛 머리의 어르신들이, 그러나 젊은이 못지 않은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활기찬 동작으로 한여름 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며 마당극 연습에 열심인 현장이 있다.
23일 찾아간 곳은 대덕실버극단 '다솜바리' 연습현장인 대덕문화원. 단원 21명의 평균연령이 무려 75세다.
실버문화학교 프로그램으로 2007년 시작해, 사랑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의 '다솜바리'로 이름을 짓고 7년 째 요양원, 양로원, 장애인시설, 병원 등 문화소외 계층 뿐 아니라 전국의 문화축제 등을 찾아다니며 70회가 넘는 공연을 펼쳐왔다.
그동안 흥부전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 창작한 '흥부네 박도깨비뎐', 대덕구의 구전설화를 이야기로 만든 '짚신장수와 은혜 갚은 자라', 어르신들의 살아온 인생을 토대로 한 연극 '소풍'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주었으며, 올해 들어서는 '심봉사전'과 '별주부전'의 대본을 받고 새로운 배역을 맡아 맹연습 중이다.
창단 때부터 대본과 총연출을 맡아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용운(48ㆍ전 우금치 단원)강사는 “어르신들이 연세가 높아 대사를 숙지하고 동작을 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모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대본 활자를 크게 만든다든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반복 연습을 해 좋은 결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을 도맡아 하고 있는 곽경순씨(여·81·대덕구 법동)는 창단 오디션을 봤을 때 무척 떨었던 것을 회상하며 “당시에는 불행한 가정사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도 있었고, 남들과 대화도 잘 못하고 살아올 정도로 비사교적이었다”며 “학창시절 학예회 때 연극을 잠깐 해 본 이후 전혀 기회도 경험도 없었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며 웃었다. 지금은 자신도 놀랄 정도로 성격이 명랑해지고, 오랜 연습 덕분인지 목소리도 갈수록 젊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실버문화학교 지원 사업으로 시작해 어르신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여 활동에 약간의 소득을 올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문화나눔봉사단'으로 연극 연습과 공연을 통해 단원들이 삶의 활력을 찾았다. 또한 문화소외 계층과의 만남을 통해 소통의 장을 형성하는 커다란 일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곧 닥칠 '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노인들의 사회참여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조강숙 객원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