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심 주택가에 백로 집단 서식지가 형성돼 관심을 끌고 있다. 유성 궁동의 한 숲에 백로 1000여 마리가 둥지를 틀고 새끼 2~3마리씩 키우고 있는데 이들 집단 서식지가 주택가와 가까운 곳이어서 주민들에게 배설물 악취, 소음등 불편을 주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대전도심 주택가에 백로 집단 서식지가 형성돼 관심을 끌고 있다.
대규모 백로 서식지가 주택가에 형성된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는 반대로 인근 주민들은 고약한 냄새와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백로가 집단 서식하는 곳은 갑천이 내려다보이는 유성 궁동의 한 주택가 야산이다.
충남대와 카이스트 사이 야트막한 소나무 숲에 백로 1000여 마리가 둥지를 틀고 새끼 2~3마리씩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십수 마리씩 소나무 가지에 둥지를 만들기 시작해 지금은 쇠백로ㆍ중대백로ㆍ해오라기ㆍ왜가리 등이 자리를 잡았다. 산란기와 부화기를 지나 둥지마다 부쩍 자란 새끼 백로들은 흰 날개를 저어가며 짧은 비행연습을 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국장은 “카이스트 교내 숲과 충남 연기군에서 서식하던 백로가 서식지 파괴로 궁동 숲으로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물고기와 양서류 등을 먹이로 삼는데 하천과 주변 농경지에 가깝게 닿을 수 있어 집단 서식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본 궁동의 백로 서식지는 푸른 숲에 흰 백로가 있고 그 옆에 주택가가 이어져 평화로운 분위기다.
반대로, 백로가 집단 서식하는 소나무 숲 아래의 주택가 주민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1000여마리 이상의 백로가 배설하는 오물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떨어지고 비릿한 냄새가 강해 코를 자극한다.
또 부화한 새끼들이 내는 울음소리는 주민들 밤잠을 설치게 하고 깃털은 창문 방충망을 통과해 방안까지 들어와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오회순(58ㆍ여) 씨는 “새는 예쁘지만, 고약한 냄새와 깃털때문에 낮에도 창문을 열기 어렵고 바닥에 쌓인 분비물 때문에 파리와 모기도 늘었다”며 “이런 일이 몇 개월 지속하니 원룸의 계약자들도 떠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어려움에 유성구는 이달 들어 물청소로 골목에 오물을 닦아내고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만, 집단 번식하는 야생동물의 서식처는 보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궁동을 찾은 백로들은 새끼가 먼 여행을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는 7월까지 이곳에 남아 있을 전망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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