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버찌(벚나무 열매)가 탐스럽게 어딜 가나 우리를 반긴다. 벚꽃이 피고 나서 맺는 버찌는 익어감에 따라 색깔도 여러 가지로 변해가면서 아름답다. 연초록에서 연분홍으로, 자주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해간다. 어쩌다 한 알을 입에 넣어 보면 달콤하고 시큼, 쌉쌀한 맛이 일품이다. 버찌와 함께 매실과 살구도 익어 간다. 노란 살구 또한 쳐다만 보아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아침 햇살과 함께하는 샛노란 살굿빛은 시원하고 싱그럽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웰빙(wellbeing)이니 로하스(LOHAS)니 하는 말들이 많이 쓰이고 그에 따른 질 좋은 삶을 추구하더니 최근에는 자연치유, 즉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이고 있다. 자연 속에서 마음과 몸을 치유한다는 것인데, 자연 속에서 살면서 자연에서 채취한 식물과 열매들을 활용한다. 버찌나 매실, 살구는 물론이고 모든 식물의 잎과 줄기, 뿌리에는 마음과 몸에 좋은 향기와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정 향기와 성분뿐만 아니라 색깔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색깔에 따라 특정 성분의 함량이 풍부한 것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뱀딸기와 까마중도 마찬가지다. 뱀딸기와 까마중은 시골의 산과 들에 널려 있는 것 가운데 하나다. 지금은 딸기가 흔하지만, 지금과 같은 재배 딸기는 생소했고 재배 딸기를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생김새는 상상 속에 있었다. 딸기라고 하면 뱀딸기를 생각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뱀딸기라고 하기보다는 “배암 땡꼴”이라 하기도 해서 딸기라는 말은 듣기가 어려웠다. 뱀딸기는 겉은 빨간색을 띠면서 속은 하얀색이었다. 동그란 구슬처럼 생겼고 입안에 넣으면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는 느낌에 달짝지근한 과즙이 일품이었다. 까마중은 지역에 따라 “거먹사리”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버찌와 같은 검은색의 작은 열매 여러 개가 부챗살과 같은 가지에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검은 껍질 속 안에는 마치 토마토 속에 있는 씨방처럼 푸른 씨앗으로 즙과 함께 뭉쳐 있었다. 한 움큼 모아서 입안에 넣고 깨물면 톡톡 터져 나오면서 느끼는 달콤한 맛은 어느 값비싼 과일에 비길 것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쯤 산과 들길을 걷다가 뱀딸기(땡꼴)와 까마중(거먹사리)을 만나면 주저없이 맛보면서 옛 추억에 잠겨보자.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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