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놓고 지상고가를 주장하는 대전시와 노면(트램)을 주장하는 시민단체간 견해 차로 해법찾기가 쉽지 않다.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이 더욱 필요한 시점에서 한국철도공사 이사회 의장까지 지낸 김광희(66) 전 대전도시철도공사 초대 사장으로부터 도시철도 2호선 해법을 위한 의견을 들어봤다. 대전시의회 부의장과 정무부시장 등 정치인과 행정가, 철도 공기업 CEO를 역임해 정책결정 시스템을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제시한 의견은 주목받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기존 건설방식을 통한 건설비의 틀에 갇혀 검토되고 있는 현재의 논의방식을 벗어나 해외사례를 통한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며 2호선 지하철 건설 가능성을 설파해 눈길을 끌었다. <편집자 주>
▲ 김광희 전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사진=손인중 기자 |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 등과 관련해 논란이 분분하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한 도시의 교통수단은 가장 명쾌한 도시브랜드임에 틀림이 없고 도시철도가 시민 생활과 매우 밀접한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경제발전과 도시의 균형발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11월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 예비 타당성 조사가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설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건설방식을 두고 대전시와 시민단체간 견해차를 보이며 갈등을 보이고 있는 데.
▲대전시와 시민단체가 고가방식과 노면(트램)방식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논쟁을 벌여 갈등으로까지 비춰지는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건설을 위한 건설'의 폐해인 1호선의 과대건설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건설비는 적게 들었지만 세계적인 명품이 된 해외지하철 벤치마킹, 기존 1호선 시설물을 활용한 건설비용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안전한 2호선 건설 방식을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런 방식이 있다면 대전도시철도공사 초대 사장으로 재임하셨는데 의견을 밝혀 달라.
▲2년여 동안 대전도시철도에 몸담았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볼 때 현재 2호선으로 검토중인 고가와 노면 두 방식 모두 대전시 대중교통수단의 백년대계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대전시가 주장하는 고가건설방식은 도심경관저해, 교통수단간 환승 불편과 그로인한 이용률 저하, 소음과 분진, 그리고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예타통과 따른 '건설비용'을 줄이려고 고가방식을 현실적으로 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데.
▲건설비용 때문에 고가방식이 차선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의 타당성 조사 통과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2호선 건설비용을 과도하게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고가방식 건설 소요비용을 1km당 476억원, 총 건설비용 1조 6302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타 건설 사례, 즉 영종도 자기부상열차는 1km당 647억원, 용인경전철은 1km당 606억원, 대구3호선 모노레일은 1km당 623억원이 소요된 점을 고려해 볼 때 완공 때까지 약 5000억원(30%)이상 건설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대전시의'희망'대로 안된다는 얘기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노면(트램)방식은 어떻게 평가하나.
▲노면(트램)방식은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지만 간선체계의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노면(트램)방식의 표정속도는 20km/h로 지하철 30~35km/h보다 매우 느릴 뿐만 아니라 노면을 운행하다 보니 교통신호체계 적용, 강우ㆍ강설 등 기후조건, 각종 사고 등으로 인해 도착시간을 예상할 수 없는 등 신속성과 정시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속도 경쟁력에서 밀리는 대중교통을 시민들이 선호할 지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대전시의 노면 폭은 노면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조성돼 있지 못 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고가방식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과 향후 건설비용의 증가 가능성, 그리고 노면(트램)방식이 내포하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비록 시간은 더 걸리지만 더 좋은 건설방식이 없는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 김광희 전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이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 해법으로 스페인 빌바오시의 지하철 사례를 제시하며 관련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
▲대전도시철도공사 초대 사장으로 재직 중에 대전도시철도 1호선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내 건설 및 운영사례를 파악해 보고 해외사례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운용비용 규모는 건설방식 및 형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때 매우 획기적인 지하철 건설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스페인 빌바오시의 지하철이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로 비스카야주의 주도인 빌바오시는 도시 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세계도시 재생의 아이콘이 된 도시이다.
빌바오 지하철 1호선은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하고 설계한 것으로 하나의 공간내에 간이형태의 복층 구조를 구현해 매표 공간과 탑승 공간을 최단거리로 잇는 명쾌한 구조로 보편적인 지하철 설계방법과는 명백히 대조된다. 빌바오 지하철 1호선의 노선길이는 약 25km 정도이고 1995년에 개통돼 대전 1호선과 상황이 비슷하다. 건설비용은 약 9000억원 내외로 기억되는 데 대전도시철도 1호선에 투입된 건설비의 절반 정도 일 것이다. 대전도시철도 1호선은 빌바오 지하철보다 운영비용도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승객이 도시철도를 이용하기가 더 불편하고 미관 측면에서도 빌바오에 비해 대전도시철도 1호선은 매우 저급한 수준으로 건설됐다. 빌바오 지하철은 대중교통수단이면서 하나의 훌륭한 예술품 그 자체다.
-상당히 신선한 사례같은데 건설비용 측면이나 시설물 적합성 등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먼저 대전도시철도 1호선은 지하 심도가 깊든 얕든 모두 지하 1층~5층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빌바오 지하철은 승강장이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있더라도 단층으로 되어 있다. 표를 사서 이동하고 탑승하는 공간은 어떠한 부가적 장식이나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콘크리트 캐스팅으로 마감된 곡면과 최소면적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되어있다 보니 지하 각층을 건축하는데 들어가는 많은 비용과 전기, 통신, 기계 등 각종 설비들을 최소화 시켰다. 그렇다보니 건설비용을 줄 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도 적게 들고 화재 등 예상치 못한 사고발생 때도 승객 대피를 쉽게 할 수 있는 구조이다.
-대전도시철도 1호선의 역사 수나 위치, 출입구 수 등이 지나치게 많아 합리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는 데.
▲올바른 지적이다. 스페인 빌바오 지하철은 꼭 필요한 곳에만 역사를 건설했고 승강장을 포함한 역사크기와 역사 출구도 과도하게 크거나 많지 않게 설치했다. 역마다 근무자도 역무원 1명에 안전요원 1명 등 최소인력만 배치돼 있다. 그에 반해 대전도시철도 1호선은 대학 등 승객수요가 많은 구간과 인접한 역사가 거의 없어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크게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요측면에서만 보면 건설 자체가 필요 없는 역사도 있다. 갑천역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승강장을 포함한 역사 크기, 출구가 8개인 대동역에서 보듯 과다한 이동 동선, 중앙제어 방식으로 전환시 역마다 설치되어 있는 불필요한 각종 시설물 등도 이용승객에 비해 너무 크고 많으며 비효율적이다.
-2호선을 대비해 미리 지어놓은 시설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가나 노면방식이 되면 이런 시설물은 사장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시설 가운데 2호선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대전도시철도 1호선의 차량기지는 판암과 외삼 두 군데 설치돼 있다. 1호선만을 위한 차량기지는 판암기지 만으로도 충분하고 오히려 여유가 있는 실정이다. 외삼기지는 전적으로 2호선 건설을 대비해 미리 대전시가 건설한 기지이다. 노면(트램)방식이나 고가건설방식으로 건설할 경우 외삼기지는 필요없게 돼 형언조차 어려운 거액의 예산을 낭비한 결과가 되고 만다. 그리고 서대전네거리역에도 향후 2호선과의 환승에 대비해서 건설해 놓은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낭비를 막고 2호선 사업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당연히 이런 시설물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본다.
-고가와 노면방식 이외에 전통적인 방식인 '지하철'을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돈이 많이 든다고 '지하철은 안된다'는 입장이지 않나? 어떻게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인가.
▲솔직히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1호선 개통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했다. 대전시가 때를 놓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뒤늦은 2호선 건설 준비과정에서도 건설비 절감 뿐 만 아니라 기타 더 좋은 방식을 찾아내는 노력을 했었는 지 묻고 싶다. 현재 대전 도시철도 건설에 필요한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내 건설사례를 기준으로 노선길이와 도시철도 형태 등의 기본데이터만 입력해 산출되는 건설비용을 토대로 비용ㆍ편익 분석결과를 산출해 건설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스페인의 빌바오 지하철과 같이 역사구조와 크기 등 건설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요소를 감안하고 2호선을 대비해 미리 건설한 외삼기지와 서대전 네거리 공사부분 등을 2호선 건설 예비타당성 조사과정에 반영한다면, 그리고 필요한 경우 가능한 일정구간을 건설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저심도 방식 등을 병행한다면 대전도시철도 2호선을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노면(트램)방식이나 대전시가 주장하는 고가방식이 아닌 1호선과 같은 지하철로 건설 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주장의 뼈대이다.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재임시 추가 호선을 건설할 경우 운영기관이 건설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문제도 제기한 것으로 아는 데.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도시철도는 몇 백 년, 아니 그 이상 영속해서 운영될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운용요소를 감안해서 건설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이용승객의 불편을 최소화시켜 수송 분담률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철도가 운행되는 그 오랜 기간 동안 유지관리 비용도 최소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도시철도 1호선 건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운영측면 보다는 건설 그 자체만을 고려해서 건설된 부분이 너무 많아 아쉽다. 이런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는 운영을 담당하는 기관이 2호선 건설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작든 크든 어떤 시설물도 운영하는 주체가 주가 되어 설계, 건축, 감리 등 도시철도에 직접 참여하였을 때만이 운영의 묘를 최대한 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효율도 효율이지만'책임의 소재'도 명확해 지려면 운영기관의 살아있는 경험이 건설단계부터 주도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같다. 하지만 대전의 교통망 확충을 위해 2호선의 조기건설도 필요하지 않나?
▲2호선 건설이 다소 늦어진다 해도 도시철도의 기능과 중요성, 영속성 등을 따져 본다면 그렇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연구해서 우리 후세대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효율적인 최선의 건설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길 고대해 본다.
●김광희씨는…
-대전고,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 졸
-대전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졸(박사)
-제2대 대전시의회 의원(운영위원장)
-제3대 대전시의회 의원(부의장)
-대전시 정무부시장
-대전도시철도공사 초대 사장
-우송대학교 의료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철도공사 이사회 의장
-사단법인 나눔의 마을 이사장(현재)
/대담=김덕기 편집부국장·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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