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스탕달의 '적과 흑'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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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스탕달의 '적과 흑' 이야기(4)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3-06-24 14:04
  • 신문게재 2013-06-25 20면
  • 김형태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김형태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결국 줄리앙 소렐은 사형이라는 최고의 형을 받게 된다. 오늘날의 양형감각으로는 치정에 의한 살인미수 사건을 사형이라는 중형으로 다스리는 것에 대하여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살인미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총으로 사람을 향해 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치명적으로 보이는 공격, 즉 머리나 가슴을 향하여 총을 쏠 때에 비로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단순히 그 사람을 향하여 총을 쏘는 것만으로 살인미수라고 단정할 수 없다. 물론 사람을 향하여 총을 쏜다는 것 자체가 살인미수로 충분히 인정될 여지는 있지만 그 방향이 다리나 팔 등을 향해 발사된 것이 명백하고 범죄인 자신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면 살인미수가 아닌 단순한 상해죄로 될 수도 있다. 만약 주인공이 오늘날에 살았고 피해자인 레날부인과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그는 집행유예로도 풀려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당시에는 계획적인 살인으로 인정되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형이라는 중형을 받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적과 흑'이 원래 1827년경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신학공부를 하던 베르테라는 가난한 시골청년이 미슈집안에 가정교사로 채용되어 부인의 호의를 받았으나 그로 인하여 그 남편에게 해고당하게 된다. 그후 다시 코르동이라는 귀족집안으로 들어가 가정교사 노릇을 하다가 그의 딸과의 관계를 의심받아 그 집에서도 쫓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베르테는 이 일이 바로 미슈부인의 편지로 인한 것으로 의심하고그녀를 살해하려고 했던 사건으로 1828년 2월 그는 실제로 기요틴에 의하여 처형당했던 것이다. 사실 '적과 흑'이라는 소설은 단순히 줄리앙 소렐의 사랑이나 치정에 의한 살인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이 소설은 프랑스의 왕정복고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을 보여줌으로써 '레미제라블'과 같이 그 시대의 위대한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혁명이 나폴레옹 시대로 이어지면서 즉 자유와 평등의 정신으로 활력이 넘치던 프랑스가 나폴레옹 패배 후에 찾아온 왕정복고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중심을 잃고 배회하며 절망하는 프랑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바로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주인공 줄리앙 소렐의 자유로운 정신이 왕정복고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좌절하는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때로 이러한 이야기에서 그 시대를 이끌어 가는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시대정신으로 인하여 인류는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하는가 하면 때로 퇴행과 사멸이라는 운명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된다. 과연 지금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그리고 시대정신이 우리를 새로운 발전과 도약으로 이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퇴행과 사멸을 예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은 잘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 모두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있다면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분명 우리에겐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시대정신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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