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성적만이 학교 명성을 높일 수 있고 자녀의 장밋빛 미래를 담보하는 '보증수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과 현장의 괴리감은 학생들만 멍들게 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 진로탐색과 창의적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자유학기제를 도입했다.
중학교 한 학기 동안만이라도 학생에게 시험과 성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선행학습 금지법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교육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교육현장은 정부 생각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서울대 등 명문대에 몇 명을 진학시켰느냐에 따라 암묵적으로 학교 서열이 매겨지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각 고교에서 우등생을 대상으로 오후 10~11시까지 별도의 장소에서 수업과 자습을 하게 하는 이른바 '특별반'을 앞다퉈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전교육청을 포함 일부 시·도교육청이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업성취도평가도 일선 학교의 성적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 일부 학교에서는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현금으로 보상하는 '당근'을 내거는가 하면 점심 및 심야까지 문제풀이를 진행하며 학생을 교실에 붙잡아 두고 있다.
학부모 역시 자녀 성적 향상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불법 과외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씀씀이를 줄이면서까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족집게' 학원 강의에는 선뜻 지갑을 열기 일쑤다.
학교와 학부모가 학력신장에 몰입된 사이 학생만 골병들고 있다.
대전 모 고교 2학년 A군(18)은 “정부가 행복교육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학교와 집에서는 여전히 높은 성적과 상위권 대학 진학만을 강요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영주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성적만이 강요되는 현행 입시제도가 변하지 않고서는 이같은 일이 결국 되풀이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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