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고르고 손전등을 켜고 천천히 살펴 본 내부는 세 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고 기껏 괭이나 호미 정도의 손도구를 움켜쥐고 땀으로 파내어 갔을 사람들 모습들이 동굴 전체에 음영으로 찍혀있다.
목숨을 빼앗는 총알이 빗발쳤던 현장인지, 전쟁이 끝나고도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사람들의 거처였든지, 근대화의 물결에 합류하지 못한 고단한 인생들이 잠시나마 이 어두운 공간에 눕히고 쉬어갔을 흔적들이 피부로 전해진다.
흙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스티로폼과 물에 젖은 천 조각, 썩은 음식물까지 담겨있는 플라스틱 그릇에서는 숨쉬기 거북하게 했던 악취도, 어두운 공간을 떠돌며 눈을 불편하게 하는 먼지가 눈물을 글썽이게 한다. 그들이 누구였든 한 인간으로서 그들을 위로하는 행위로 이 공간을 정리하고 있다. 다시는 그런 비극이 없기를 바라면서….
글·그림=최연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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