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 '義' 강조하는 가훈 평생 마음에 새겨

[객원기자] '義' 강조하는 가훈 평생 마음에 새겨

도산서원 주변 안동권씨 집성촌 '양반 자식이…' 집안교육 엄격 ●그 곳에 가면 사람이 있다 ② 도산서원:안동권씨 탄옹종중 권선만 이사장

  • 승인 2013-06-19 17:48
  • 신문게재 2013-06-21 12면
  • 김혜영 객원기자김혜영 객원기자
▲  15일 도산서원에서 만난 안동권씨 탄옹종중 권선만 이사장. 도산서원 곳곳에 대한 큰 애정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 15일 도산서원에서 만난 안동권씨 탄옹종중 권선만 이사장. 도산서원 곳곳에 대한 큰 애정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고 상전이 벽해 되는 세상이다. 논둑길 지나 초등학교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탄옹의 나이를 훌쩍 넘었다. 어릴 적 묘소에서 뛰놀다 맵게 맞은 회초리의 아픔과 귀에 못이 박히듯 들었던 “양반의 자식들이 그러면 되나?” 는 소리는 아직도 생생한데 변한 것은 너무도 많다. 도산서원 주변은 안동 권씨 집성촌이었다. 그래서 집안어른의 교육은 더 엄격했고 행동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다면 “타성 보기 부끄럽다”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 권씨성 지닌 아이들은 집안 모든 어른들의 훈계 속에 자랐다. 그 때문에 옴치고 뛸 수 없어 갑갑했지만 더 반듯하게 클 수 있었다.

세상이 참으로 어수선하고 살기 힘들었을 때 문중 많은 사람들은 종중 땅을 소작하고 종중 땅에 집을 짓고 살았다. 조상의 은덕이 아닐 수 없다. 그 덕에 대한 후손들의 갚음이었을까? 현재 시청 자리에 있던 대전 비행장의 활주로 확장공사 때 탄옹 묘소가 또 이장될 뻔 했지만 후손들은 잘 지켜내었다.

안동권씨 탄옹종중 권선만 이사장(78)은 교직에서 은퇴한 후 지금까지 종중 일을 보며 종중 전체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15일 만난 권 이사장에게 종중의 큰 살림을 꾸려가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일을 진행할 때 마찰이 생기는 경우는 없는지를 묻자 권 이사장은 “큰 일은 종중 임원 36명이 협의해 진행한다”며 “하고자 하는 일에 반대가 있을 때는 사례를 들어 설득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손들이 재산가지고 싸우는 경우도 없으며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한 '큰집(탄옹공파)', 유회당을 중심으로 한 '작은집(찬성공파)'이 돌아가면서 이사장직을 역임한다”고 설명한 권 이사장은 “이사장을 돕는 상무까지 한 집에서 독점하지 않으므로, 혹시 생길지도 모를 불화를 미리 예방하며 화합해 나간다”고 덧붙였다.

도산서원엔 학생들도 많이 방문하는데, 어떤 학생이 가장 기특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형식적으로 와서 아무 생각 없이 덜렁덜렁 다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문화재와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와서 차근차근 돌아보면 참 예쁘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이 늘 새기며 살아가는 말은 '모든 일은 반드시 옳은 것을 구하고 의롭지 않은 일에 빠지지 말라'는 가훈이라고 한다. 살다보면 때론 늪에 빠지기도 하고 때론 나의 작은 이익을 위해 의로움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그래도 '의'를 화두처럼 가슴에 품고 산다면 세상에 맑은 빛 한 줄기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한 세상 사는 분을 어른이라 한다. 권 이사장은 어른이시다.

김혜영 객원기자



도산서원은?
1693년 이 지방 유림들이 뜻을 모아 권득기(1570~1622)선생과 그의 아들 탄옹 권시(1604~1672)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탄옹 권시는 효종~현종 때 대군사부, 승지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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