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어 들어갑니다.
분주히 피어난 개망초가 길을 감추어 놓고,
문득 들려오는 새소리는 한 낮의 고요를 흔들어 놓습니다.
낯선 길 한참을 걸어 멈춰선 곳.
숲길을 가로막은 세천터널 입니다.
한때 아득히 이어지던 철길은 사라진지 오래고,
무너진 터널만이 흙을 잔뜩 뱉어 놓은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터널 앞 막다른 그 길에 서서
이 자리를 지나갔던 시간들과 터널이 간직한 오래된 이야기들을 전해 듣습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외면하며 등 돌려 버린 이야기들이
이곳 세천터널에는 오늘처럼 지금처럼 선명하기만 합니다.
터널 위에는 미우라의 글씨가 아픔으로 새겨져 있고,
김재현 기관사의 처절했던 그 날은 총탄의 흔적 되어 꽂혀 있습니다.
누군가는 애틋함으로 천천히 발길하며 마음에 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터널 안으로 들어가 무너진 지붕 흙을 밟아 보기도 합니다.
돌아가는 길.
다시 만난 개망초 꽃들이 바람에 손 내밀어 인사를 청하고
이제는 낯설지도 의미 없지도 않는 숲길을
희미하게 남아있는 철길의 흔적을 따라 내려가 봅니다.
유월을 맞이하고,
다시 유월을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그 날의 기억 속에서 우린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요?
덧없이 유월을 맞이하고 보내고 하는 동안
철길이 사라지듯, 터널이 무너져 흔적을 잃어가듯
우린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잃어가고 있는지요?
또다시 유월입니다.
한소민 객원기자
※한밭문화마당 6월 답사로 세천터널을 비롯한 대전의 근대문화를 둘러봤다. 세천터널은 대전과 충북의 경계인 대전시 동구 세천동에 자리 잡은 옛 터널. 1902년 개통되어 이용되다가 현재는 버려진 채로 방치되고 있다. 터널위에는 초대 일본공사 미우라가 쓴 글씨가 새겨져 있으며, 1950년 전쟁당시 김재현 기관사가 증기기관차 미카를 몰고 미 8군 24사단장 딘소장을 구출하려다 적군의 총탄세례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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