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식]아! 선생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배철식]아! 선생님!

[교육단상]배철식 부여 백제중 교사

  • 승인 2013-06-18 14:27
  • 신문게재 2013-06-19 20면
  • 배철식 부여 백제중 교사배철식 부여 백제중 교사
▲ 배철식 부여 백제중 교사
▲ 배철식 부여 백제중 교사
지난달 16일,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 교실 앞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살짝 열어보니 작년 졸업생이 환한 웃음으로 서 있다. 그리고 나를 꼭 안는다. 나도 울컥하는 마음으로 내 제자를 안았다.

2012년, 3학년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1, 2학년 때 많이 보았던 학생들이라 이름과 얼굴, 그리고 성향까지 조금은 알고 있었다. 주로 자율학습 시간에 상담했다 성 정체성까지 상담을 하며 눈물을 쏟아내는 학생을 보면서 무엇인가 위로와 격려가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름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우리 반 학생이 가출을 했다. 친했던 친구들을 동원했음은 물론이고 전화로, 문자로 수없이 연락을 시도했지만 학생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고 문자도 받을 수 않았다. 급기야 떨어져 살던 학생의 아버지가 파출소에 가출 신고를 해 버린 상황! 무단결석이 이어지던 날, 현장체험학습이 있었다. 우리 반 학생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을 때 내 생일파티를 차 안에서 준비해 놓았다. 작은 케이크와 빼곡하게 마음을 담은 엽서가 35장! 고맙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말 미안하게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도 나는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 학생이 내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밥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머지않아 시험인데, 무단결석이면 성적이 최하점으로 나올 것이고 고등학교 진학에 어려움이 있을 텐데….'

며칠 뒤, 밤 12시가 지난 시간에 문자가 왔다. 나는 한 시간을 운전해서 그 학생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일단 밥부터 먹였다. 그 다음에 학생의 집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반기지 않는 상황! 학생을 데리고 다시 우리 집으로 왔다. 샤워를 하고 같은 방에서 잤다. 그제야 속마음을 하나하나 열어 보이는 아이! 폭풍같은 눈물을 흘리는 학생 곁에서 나도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아이는 단잠에 빠졌다.

고등학교 1학년! 나에게도 너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술, 담배, 가출은 하지 않았지만 무겁고 짙은 갈등을 하며 어둠 속으로 나를 몰아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에는 언제나 죽음의 순간들을 예비하고 있었다. 말이 없는 학생! 방해는 되지 않았지만 수업 집중을 전혀 하지 않는 학생, 그리고 어쩌다 입을 열면 짧고 거친 말투의 학생, 입학성적에 비해 성적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학생. 담임선생님은 상담을 원하셨지만 의도적으로 기피했다. 남모르는 병마와 맞서 싸우던 나는 세상 모든 것이 싫었다. 의미 없는 하루하루가 흘렀다. 그러던 토요일, 억지로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선생님의 집으로 가야만 했다. 그렇게 시작된 1박 2일이 내 삶에 희망의 빛을 주었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 먹고 같이 거실에서 자고, 다음날은 덕유산 산행을 했다. 내 마음을 열 수 있었다. 1박 2일 선생님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가 교사가 된 후, 가끔 그 선생님을 떠올리곤 했다. 요즘 교육현장이 매우 힘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특히 폭주하는 업무와 뒷받침되지 않은 인성교육이 빚어내는 현상들에 몸도 마음도 쉬 지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에게 되묻곤 한다. '너의 성실성, 그리고 열정을 혹시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의 사랑을 잊고 살진 않는지'.

요즘, 출근을 빨리 한다. 어떨 때는 6시, 심지어는 5시. 조용히 교무실에 앉아 포스트잇을 떼고 붙이는 일이 시작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과목과 우리반 학생들을 챙기는 것이다. 어떤 칭찬 방법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분명 즐겁고 신나는 고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4.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5.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1.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2.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해외농업·산림자원 반입 활성화 법 본격 시행
  5.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