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페르미랩 국가가속기연구소에서 열린 ILC 미주지역 릴레이 심포지엄. |
구축비용만 약 9조9000억원이 소요되는 초대형 차세대 입자가속기(ILC) 구축을 위해 국제미래가속기위원회(ICFA)이 12일 일본 동경, 스위스 제네바, 미국 시카고 등에서 릴레이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자리에서는 아시아, 미주, 유럽 3대륙에서 2005년부터 8년여에 걸쳐 전세계 과학자들이 공동개발한 차세대 국제입자가속기인 국제선형가속기(ILC)의 상세설계 보고서(TDR)가 완성해 건설에 들어갈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공개된 상세설계 보고서에 따르면, 계획된 가속기의 총연장은 31㎞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국제미래가속기위원회(ICFA)는 지난 2005년부터 우주의 신비를 새롭게 풀어줄 것으로 거대입자 가속기 ILC의 설계를 위해 전 세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GDE(Global Design Effort)라는 협력체를 운영해 왔다. GDE에는 전세계 12개국 100여개 대학, 1000여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참여하고 있다.
ILC의 구축이 현실화 되면, 31㎞의 가속기 제작에 필요한 약 1만6000여개에 달하는 나이오비윰같은 초전도 신소재로 제작되는 초전도 가속관의 생산유발 효과와 더불어 초전도 고주파, 전자-광전자 충돌 검출기 등의 신기술 개발과 지질·토목 기술발전 등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LC는 힉스입자(기본입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른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입자)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가속기 차세대 기종으로, 과학자들은 전자와 양전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키는 실험 등을 실시, 우주 탄생의 비밀에 다가서게 된다.
12일 페르미 국가가속기연구소에서 열린 ILC 미주지역 행사에 미국 가속기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미초전도입자가속기포럼(SPAFOA) 올슨 회장은 “가속기 산업은 매년 10% 성장하는 유망산업이며, 미국 가속기 산업계는 2006년부터 ILC 프로젝트에 대비해 ILC 국제설계규격인 GDE표준에 맞춰 초전도 가속관을 개발해왔다,” 면서 “미국에서는 적어도 4개 초전도 가속관 제작 관련 기업들이 ILC의 제작에 참여할 모든 채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앞으로 ILC가 완공되면, 전세계 과학자들은 앞으로 전자와 양전자(positron)를 빛의 99% 이상의 속도로 가속해 새로운 빔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양방향에서 가속된 빔의 정면충돌을 통해 과학자들이 '힉스' 입자를 검출할 수 있고, 충돌에 의해 생성되는 다른 입자들의 속성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과학자들은 일명 신의 입자로도 불리는 힉스 입자를 모든 물질들이 질량을 가지도록 하는 기초(elementary) 입자로 믿고 있다.
약 31㎞에 달하는 ILC는 전자와 양전자를 500 GeV의 충돌에너지로 가속하고 충돌시키는 장치이다. , ILC가 제공하는 전자-양전자 충돌실험은 과학자들이 현재 스위스 CERN의 LHC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양성자-양성자 충돌실험(현재 8 TeV, 추후에 14 TeV)으로는 검증 (발견, 혹은 현상)들을 할 수 없는 연구를 가능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은 ILC의 상세설계도를 바탕으로 앞으로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과 더불어 국제선형가속기(ILC)의 건설 타당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 단계의 현안은 ILC를 어디에 건설할 것인가 하는 부지선정과 ILC 프로젝트 참여국들의 구축경비 분담이다. 이에 일본은 ILC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미야기현 기타카미와 후쿠오카현 세푸리 두 지방도시를 후보지로 제안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과학자들은 오는 7월말까지 두 곳 부지중 한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한 뒤, 일본 정부에 승인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 생산성본부는 이 시설을 일본에 유치할 경우 약 53만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30년에 걸쳐 45조엔(535조원)의 경제효과가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유치시 전체 건설 비용의 절반 가량을 일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둘러싼 논란은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시카고=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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