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의 색채, 목탄의 흑빛으로 접선… 서양화가에서 한국 '감성코드'로
▲ 달빛 心中月(Dalbit-Moonshine). |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를 담은 '달'. 마치 살아 숨쉬는 듯, 달의 정기를 받아 움직일 것만 같은 나무들은 작가 이재삼의 화폭 안에서 이리저리 가지를 뻗는다.
정교한 목탄회화로 주목받아 온 이재삼 작가의 '심중월(心中月)'展이 대전 갤러리 이즘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서양화가로 작품활동을 펼쳐온 이 작가는 35살 때 작가적 사춘기를 맞이해 그동안 진행해 오던 자신의 작업 방향을 과감히 버리고 표현기법과 작가만의 색깔을 새롭게 찾는다.
“서양적 시각에서 벗어나 지극히 지역적이고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사람으로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면 어떨지에 대한 생각을 했죠. 그래서 소나무와 폭포, 대나무 등 한국적 정서가 담긴 세한삼우를 소재로 목탄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있어 목탄은 먹의 개념과 같다고 할 수 있죠.”
이 작가의 작품 속 달빛과 소나무는 그렇게 한국인의 감성코드로 접선하고 있다.
작가가 만나는 대상들은 주로 달이 가장 높이 떠있는 밤 속에 있다. 이는 작가가 밤에만 여행한다는 것이 아니라 낮에 만난 대상들이 가장 완벽한 자기 발현의 시간으로 밤을 택해 달빛을 쫓아 세상을 만나는 셈이다.
작품속에서는 무섭게 밤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 등이 있다. 그렇게 작가는 현란한 태양에서 보이는 이성적인 여행보다 달빛으로 보이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여행을 그리고 있다.
이 작가는 달빛의 색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는 목탄의 흑빛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목탄은 단순한 그림 재료가 아니라 나무를 태워 숲을 환생시키는 것으로, '검은 공간' 그 자체를 상징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다른 작가들과 기법적인 차별화를 두기 위해 목탄을 회화의 개념으로 사용,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개발했다.
“사실 목탄은 뭉개지기 쉽고 가루가 많이 날려 데생이면 모를까 회화의 재료로는 금기로 여겨지는데 2년여 간 나름대로 비법을 발명해 뭉개지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목탄은 나무를 태워서 숲의 영혼을 표현하는 사리이다”라고 말할 만큼 재료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작가의 재료 '목탄'과 달빛의 이미지가 만나 어떤 '초월적 풍경'을 만들까.
1988년부터 쉼 없이 개인전을 열어온 작가의 무르익은 표현력을 기대해보자. 한편, 이 작가는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강릉대학교 미술학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20여 회의 개인전과 1983년 청년미술대상전 우수상과 1988년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