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좋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정훈진 변호사는 학교 운영위원장 만큼은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깐깐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법무법인 청남의 정훈진(48) 변호사는 여러 재주를 갖춘 팔방미인이다. 주변을 돕는데 가장 앞 줄에 서 있다. 그는 변호사 업계에서도 1등 변호사로 인정 받고 있다.
후덕한 인심 뿐만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도 웃음을 만들어 내는 분위기 메이커다.
변호사회 총무이사와 대전지방법원 조정위 사무국장 등 법조계 핵심 조직에서 요직을 맡을 만큼 능력이 출중하다. 이런 정 변호사가 이제 학교현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4월 지인의 권유로 둔산 문정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이 되면서 학교와 지역사회를 한데 묶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부 8개 학교(둔산, 문정, 삼천, 샘머리, 서원, 성룡, 탄방, 한밭) 운영위원장으로 구성되는 7지역협의체 회장까지 맡았다.
정 위원장은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맡겨져 있다”며 “우리의 미래에 조금 더 큰 관심과 애정 갖기 위해 운영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중책을 맡게 된 뒤 정 위원장은 학교에 무한 애정을 쏟아내고 있다. 재판 일정 때문에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학교에 대한 신경을 끄지 않는다. 휴일은 물론이고 출퇴근 시 잠시 시간을 내 어김없이 학교를 찾는다고 한다.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 정 위원장의 머릿속은 언제나 학교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차 있다.
그는 “문정초는 학교 담장이 없는 데 이로 인한 좋은 점도 있지만, 외부인 출입 등에서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이를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 지 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최근 관심사를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또 수련회나 수학여행 등 문정초의 굵직한 행사 때에도 현장방문을 마다하지 않는다. 학교와 스킨십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그는 학교 측의 고충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정 위원장은 “현장을 자주 찾다보니 운영회의 때 심사한 안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얼마나 학교 측의 고민과 갈등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됐다”며 “(운영위원장 자리는) 학부모로서 학교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자신의 본업인 변호사로서의 이점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조례에 따른 학교 규정이나 규칙을 만듦에 있어 교육관련 법률적 지식이 해박한 정 위원장의 존재는 문정초에게는'천군만마'나 다름없다는 후문이다. 정 위원장의 이같은 교육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비단 문정초에 국한되지 않는다.
충남고에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올해부터 특강 강연자로 정기적으로 나서면서 자신의 삶의 지혜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 일문 일답.
-먼저 문정초등학교에 대해 설명해 달라.
▲문정초등학교는 1992년 5월 13일 개교한 뒤 21회 졸업생까지 모두 743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36학급에 900여명의 학생과 교장 등 50여명의 교사, 15명의 일반직 및 실무담당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다. 지리적으로 둔산동 요지에 위치해 근접한 곳에 탄방중과 충남고 등이 있어 교육문화의 중심지에 있고, 교육에 대한 지역 구성원의 열의가 비교적 강한 학교다.
-문정초 운영위원회가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하실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문정초 운영위의 역점사업이라기 보다는 다른 학교와 비교해 더 관심을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교육시설의 지역사회 개방을 정착시키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학교 담장이 없는 관계로 주말 등 휴일 학교관리 및 학생들 방과 후 안전지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대전 교육 1번지인 둔산지역은 자녀 학력에 대한 학부모 기대치가 어느 곳보다 높은 지역인데 이같은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운영위가 특별히 하는 일이 있다면.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에 부응하기 위해 문정초는 학력신장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외에도 학생들의 심신 및 예절에 대한 교육에 더욱 힘쓰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심신수련과 협동정신 함양을 위해 운영되는 단체 수련 활동을 더욱 내실있게 운영 중이다.
한자교육을 강화해, 어휘향상은 물론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예의를 중시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자랑거리다. 학교운영위는 교장과 교사들에게 이 같은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실시현황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학교 측과 협력하고 있다.
-많이 정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학교 폭력, 촌지 수수 등 교육계의 악습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운영위의 역할은 무엇인가.
▲학교운영에 관여한 기간이 짧아 그런지 촌지 수수 등에 대해 듣거나 경험한 바는 없다. 학교측도 자체 정화, 자정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며, 운영위 차원에서도 점검할 일이 있으면 확인토록 할 방침이다.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선, 운영위원들이 수시로 학교 및 주변을 방문해 점검하고 있다. 문제점이 있을 경우, 학교측과 상의하는 등 폭력발생 예방을 위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운영위원장은 학교를 견제하는 기구의 수장자리인데 학교 또는 학교장과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설명해달라.
▲학교운영위 제도는 학교운영에 학부모 및 지역인사를 참여시켜 학교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해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학운위는 교사들의 학교운영과 교육에 있어서 미흡한 점에 대한 개선을 주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장점과 수고에 대해선 사기진작을 해 주고,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학교와 학교장과의 관계도 이런 사고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훈진 위원장은 누구?
경북 상주 출신으로 대구 달성고와 충남대 법학과(85학번)를 졸업 한 뒤 사법연수원 32기로 수료한 뒤 대전에서 변호사로 개업했다. 충남대 대학원에서 형사법으로 박사과정 중에 있고 법무법인 청남(대전) 변호사다. 대전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 대전지방법원 조정위원, 대전시 행정심판위원, 세종시 소청심사위원등을 맡고 있다. 각계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
정리=강제일·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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