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
지난 스승의 날을 전후하여 재학생들이 쓴 편지 중 하나는 “선생님을 볼 때마다 생각해요. 나도 나중에 선생님처럼 능력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는 것이었고, 또다른 하나는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진로가 생겼고, 더 큰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라며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이 편지를 쓴 친구들이 모두 기대가 촉망되는 본교의 기린아들이란 점을 떠나서라도, 이들이 필자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신뢰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잃었던 보물이라도 찾은 듯 고맙고 기뻤다.
또 두 학생 모두 필자로 인하여 인생의 진로를 바꾼 학생이라는 점에서 교사로서의 책무감을 무겁게 했다.
전자는 필자와 진로 관련 상담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입학 초 영문학 교수를 목표를 했다가 2년 동안 필자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필자와 같은 국문학을 전공 하겠다고 진로를 바꾼 학생이다. 편지를 받고 생각해보니 필자로 인하여 진로를 바꾼 것 같은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희망과 과제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후자는 1학년 때 필자에게 교사가 희망이라 하여 미래의 전망과 유망 직종 등에 관한 통계까지 뽑아가며 오랫동안 토론한 끝에 간호사로 진로를 바꾼 사례다. 내 말을 믿고 인생의 진로를 바꾼 이 학생이 1년이 지난 오늘, 고맙고 감사하다고 편지를 하니 교사로서의 가슴 뿌듯함과 함께 무엇인가 나도 모를 깊은 책임감이 엄습했다.
사회의 변화 속에서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던가? 지금은 스승의 말씀이 곧 진리요 법이었던 전설 같은 시절이 아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림자조차 밟지도 않던 그 시절이 아니라 교권이 땅에 떨어져 있지 않던가? 학교폭력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고, 심지어 요즈음은 학생이 교사를 폭언·폭행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정당한 교육활동 즉 잠을 깨우거나 과제 및 수업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용의검사를 할 때에도 눈을 부라리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행위로 교권을 넘보는 학생들이 많아 교육현장이 황폐화되고,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그래서 급기야 정부 당국에서는 '교권보호 종합대책'까지 내어 놓은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이제 교사는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교권 상실의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교사의 권력은 막강하고 그 책무는 끝이 없다. 교사는 앞길이 구만리인 우리 학생들의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인생 진로까지 좌지우지 하고 또 그들의 면면을 평가하여 한평생 그들의 어깨에 짊어지게 하지 않던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학급의 담임은 그 학급에서, 교과 담당 교사는 그 교과시간에 각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하나는 나의 학교생활을 보고, 또 다른 하나는 나의 진로지도로 각각 인생 진로를 바꾸며, 필자에게 교사로서의 새로운 희망과 책임감은 던져 준 이들 모두가 후회 없는 선택이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끝으로 두 편지를 읽으며 나를 지켜보는 눈이 참 많고도 다양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교사는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몸가짐 하나까지도 교사다움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시 추스른다. 그러면서 이 시대의 교사상으로 '카리스마 있는 교사'를 생각해 본다.
교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수업에 열정이 있는 교사, 학생들과 공감하면서 정통성 있고 권위 있는 교사, 그래서 그의 뒷모습까지도 보고 배우며 존경하고 싶은 이 시대의 진정한 사표가 될 수 있는 교사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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