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태]두 편의 편지에 대한 상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방경태]두 편의 편지에 대한 상념

[교육단상]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 승인 2013-06-11 14:14
  • 신문게재 2013-06-12 20면
  • 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 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 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지난 5월 제자들로부터 받은 편지 중 두 편의 편지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난 스승의 날을 전후하여 재학생들이 쓴 편지 중 하나는 “선생님을 볼 때마다 생각해요. 나도 나중에 선생님처럼 능력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는 것이었고, 또다른 하나는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진로가 생겼고, 더 큰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라며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이 편지를 쓴 친구들이 모두 기대가 촉망되는 본교의 기린아들이란 점을 떠나서라도, 이들이 필자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신뢰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잃었던 보물이라도 찾은 듯 고맙고 기뻤다.

또 두 학생 모두 필자로 인하여 인생의 진로를 바꾼 학생이라는 점에서 교사로서의 책무감을 무겁게 했다.

전자는 필자와 진로 관련 상담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입학 초 영문학 교수를 목표를 했다가 2년 동안 필자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필자와 같은 국문학을 전공 하겠다고 진로를 바꾼 학생이다. 편지를 받고 생각해보니 필자로 인하여 진로를 바꾼 것 같은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희망과 과제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후자는 1학년 때 필자에게 교사가 희망이라 하여 미래의 전망과 유망 직종 등에 관한 통계까지 뽑아가며 오랫동안 토론한 끝에 간호사로 진로를 바꾼 사례다. 내 말을 믿고 인생의 진로를 바꾼 이 학생이 1년이 지난 오늘, 고맙고 감사하다고 편지를 하니 교사로서의 가슴 뿌듯함과 함께 무엇인가 나도 모를 깊은 책임감이 엄습했다.

사회의 변화 속에서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던가? 지금은 스승의 말씀이 곧 진리요 법이었던 전설 같은 시절이 아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림자조차 밟지도 않던 그 시절이 아니라 교권이 땅에 떨어져 있지 않던가? 학교폭력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고, 심지어 요즈음은 학생이 교사를 폭언·폭행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정당한 교육활동 즉 잠을 깨우거나 과제 및 수업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용의검사를 할 때에도 눈을 부라리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행위로 교권을 넘보는 학생들이 많아 교육현장이 황폐화되고,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그래서 급기야 정부 당국에서는 '교권보호 종합대책'까지 내어 놓은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이제 교사는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교권 상실의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교사의 권력은 막강하고 그 책무는 끝이 없다. 교사는 앞길이 구만리인 우리 학생들의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인생 진로까지 좌지우지 하고 또 그들의 면면을 평가하여 한평생 그들의 어깨에 짊어지게 하지 않던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학급의 담임은 그 학급에서, 교과 담당 교사는 그 교과시간에 각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하나는 나의 학교생활을 보고, 또 다른 하나는 나의 진로지도로 각각 인생 진로를 바꾸며, 필자에게 교사로서의 새로운 희망과 책임감은 던져 준 이들 모두가 후회 없는 선택이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끝으로 두 편지를 읽으며 나를 지켜보는 눈이 참 많고도 다양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교사는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몸가짐 하나까지도 교사다움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시 추스른다. 그러면서 이 시대의 교사상으로 '카리스마 있는 교사'를 생각해 본다.

교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수업에 열정이 있는 교사, 학생들과 공감하면서 정통성 있고 권위 있는 교사, 그래서 그의 뒷모습까지도 보고 배우며 존경하고 싶은 이 시대의 진정한 사표가 될 수 있는 교사를 꿈꾸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4.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5.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1.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2.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3.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4. 해외농업·산림자원 반입 활성화 법 본격 시행
  5. 사회복지법인 신영복지재단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저소득어르신에게 쌀 배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