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구마모토에서 만난 두 감동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명수]구마모토에서 만난 두 감동

[기고] 이명수 국회의원(새누리당·아산)

  • 승인 2013-06-09 13:42
  • 신문게재 2013-06-10 20면
  • 이명수 국회의원(새누리당·아산)이명수 국회의원(새누리당·아산)
▲ 이명수 국회의원(새누리당·아산)
▲ 이명수 국회의원(새누리당·아산)
태권도를 통한 친선교류 증진을 위해 만든 동아시아 태권도연맹의 일원으로 일본 구마모토 (熊本)에 다녀왔다. 수십 년간 충남도와 자매결연 지역으로 교류해 온 구마모토이기에, 결코 낯이 설거나 이방인으로만 여겨지지는 않는 곳이다.

다만, 한일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시기라서 내심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한데, 짧은 여정 속에서도 우리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두 가지 일을 직접 경험했다.

우선, 태권도 가족인 히쿠치(Etsuo Higuchi) 일가를 만난 일이다. 그는 30여 년간 태권도를 해왔고, 한국 국기원 공인 7단으로 각종 일본 국내외 대회에서 많은 수상실적을 가지고 있다. 자영업자로 일하는 시간 이외엔 거의 태권도 속에서 산다. 부인도 태권도 애호가이고, 아들과 며느리까지 태권도 유단자다.

구마모토 성(成) 옆에 있는 본인의 태권도장을 찾아가니, 선명한 태극기가 크게 걸려있다. 일본의 전통 무예인 가라테나 유도를 제쳐놓고 한국의 태권도에 빠져서 평생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얘기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현재 구마모토 시내에는 23개의 태권도장이 있고, 구마모토 대학에도 태권도팀을 운영하도록 지도하고 후원해 온 주인공이 바로 이 분이다.

단순히 태권도의 전수만이 아니라, 한국의 음식을 비롯한 한국문화에 이미 친숙해져있는 친한파(親韓派)이자 지한파(知韓派) 일본인인 셈이다. 요즘의 한·일 관계가 떠오를 때마다 구마모토 시내 한복판 태권도장에 걸린 대한민국 국기가 더운 크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더욱 가슴 뜨겁게 한 일은 '무궁화회' 모임이다. 한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태권도연맹 임원진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만찬파티에 자발적으로 여러명이 참여했다. 나이가 유난히 많아 보이는 치구치 한쪼(筑柴汎三) 회장과 점잖은 구마모토 지역 유지들이다.

회장 얘기에 의하면, 1976년 친한(親韓)적 성향을 가진 인사 이삼십 명이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 이름을 따서 처음 설립한 이래 40여년을 계속 만나고 있다 한다.

그것도 매월 1회씩 모임 횟수가 480여회가 넘었다고 하니 우리 한국인조차 그 열정에 놀랄만한 일이다. 일본인으로서 '무궁화회'를 명칭으로 사용하고 모임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렇게 오랜 기간 지속해온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해 전 도쿄에서 일본인 승객을 구하고 본인은 전철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국인 유학생 이수연 씨를 추모하기 위해 매년 1월 26일 제사를 올리고 있다는 얘기에 콧등이 시큰해졌다. 그 뜻을 전해 듣고 이수연 씨 부모님이 구마모토를 방문해 함께 했다니 잔잔한 감동 이상의 그 무엇을 가슴을 울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80살이라는 키 작은 노인 한 분이 나와서 가라테를 잘하지만 한국 태권도도 좋아한다고 직접 동작을 보여줘서 이날 만남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일본의 아베 총리, 하시모토 시장 등 정치인들이 한·일 과거사를 부정하고 왜곡된 역사인식을 연일 쏟아내지만 일본에 이렇게 양식 있고 바람직한 역사관과 한일관계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다. 더구나 구마모토가 임진왜란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카토 히요마사(加藤淸正)의 고향인 점을 생각한다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장에 사는 내게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뛰어넘는 감동이 더욱 무겁고 진하게 다가왔다.

세계가 한 가족인 글로벌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정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일본 방문이었다. 한일관계 또한 해묵은 정치와 국가주의의 틀을 넘어서 민간이 주도하면서 새로이 우의를 다지는 세기를 열어야 한다는 다짐을 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충남대학교 동문 언론인 간담회
  2.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3.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4.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5.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1.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2.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3.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