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화]다시 엑스포 시민광장을 생각한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한상화]다시 엑스포 시민광장을 생각한다

[세설] 한상화 이지도시건축사무소장

  • 승인 2013-06-06 13:27
  • 신문게재 2013-06-07 21면
  • 한상화 이지도시건축사무소장한상화 이지도시건축사무소장
▲ 한상화 이지도시건축사무소장
▲ 한상화 이지도시건축사무소장
엑스포 시민광장은 2009년 당시 '남문광장 공간 재창조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사업목적은 인근의 갑천과 첨단과학문화·관광벨트조성사업과 연계된 남문광장의 재창조(재구성)를 통해 문화관광 프로그램 시설과 시민 편의시설 확보를 도모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통해 자유로운 야외공연시설 확충 등 새로운 개념에서의 차별화된 문화·관광명소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엑스포 시민광장은 크게 세 가지 개념에서 출발했다.

첫째, 시민광장을 통한 주위 건물을 아우르는 '강한 중심'의 구축이다.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시립미술관, 이응노 미술관 등 대전을 대표할 만한 문화 시설과 한밭수목원, 갑천, 엑스포과학공원 등 각종시설들이 저마다 고립된 섬처럼 떠있었다. 시설과 시설, 축과 축, 길과 길,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의 연결고리가 부실하거나 모호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각각 연계를 전제로 구성된 것이 아니만큼 문화벨트로 묶으려면 강한 중심의 구축이 필요했다.

둘째, 움직이는 그늘이다.

시민광장은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특별한 용도없이 방치된 아스팔트 공간이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등 레포츠를 즐기는 장소로 이용했지만, 땡볕 아래 아스팔트 광장은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에 노출됐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광화문 광장처럼 특정 조형물 혹은 예술작품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누릴만한 시원한 그늘이었다. 하지만 60m 넓이의 폭과 500m 길이의 광장 전체를 덮어줄 그늘을 만들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때문에 필요에 따라 그늘을 제공하는 장치가 필요했다. 마치 하늘에 떠있는 구름처럼 말이다.

셋째, 신명나는 콘텐츠의 개발이다. 대공원 내 주요 시설에서는 고급 예술을 지향하는 문화 공간 역할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대중 공연이나 대규모 집회와 행사, 전시 등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각종 이벤트에 대응하는 대중문화 공간 역할도 필요하다. 그래서 사업 당시 시민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방식의 문화 콘텐츠 생산과 함께 대중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끌어내는 매력 있는 장소 만들기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설계에서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설계 공모로 선정된 설계안은 그 원안을 유지하고자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건물을 움직이게 하는 개념은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원안에 큰 변경없이 건축허가가 이루어졌고 시공자가 선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공 얼마 뒤 시공사가 부도가 났다. 공사는 다른 시공사를 찾을 때까지 중단됐다. 지역기업이 공사를 이어받아 2011년 8월 준공을 했다.

남문광장은 준공과 함께 엑스포 시민광장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엑스포 시민광장은 이제 만 두 살이 될 예정이다.

준공 직후 일부 지역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보도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엑스포 시민광장을 이용했고, 그 가능성을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민광장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쓰임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의 가변성에 있다. 설계를 하면서 고려한 다양한 쓰임이 많은 부분 실현됐다.

시민광장의 설치 목적인 새로운 개념의 차별화된 문화 관광명소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시민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려는 우리의 노력은 텅 빈 광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감동을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시민광장의 이용이 관리적 측면이나 행정적인 문제로 원래의 용도로 이용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시민들은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겠지만, 하루빨리 시민광장을 원래의 의도에 맞게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월요논단] 대전 대기업 유치, 겉도는 헛바퀴
  2. 철도지하화 발표 코앞… 대전 파급력 등 평가 긍정적 기류
  3. 대전 상장기업 64개 넘어...올해도 달린다
  4. 대전시의회 조원휘 "안산산단 9부 능선 넘어"… 불필요한 책임공방 무의미
  5. 대전시, 꿈씨 패밀리로 도시경쟁력 강화한다
  1. [오늘과내일] 역사 속 을사년
  2.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
  3. 2025 대전 사회복지계 신년교례회 개최
  4. 더불어민주당 각급 위원회 발대식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대개혁 앞장"
  5. 세계로 가는 수자원공사 중동이어 아프리카 시장 진출

헤드라인 뉴스


자원봉사·CCTV 확대 ‘졸속’… 학교안전 근본대책 마련을

자원봉사·CCTV 확대 ‘졸속’… 학교안전 근본대책 마련을

대전에서 발생한 초등생 피습 이후 돌봄교실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근본적인 학교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교육청이 사건 이후 대책으로 발표한 자원봉사자 배치로는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인력과 예산을 투입한 실질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전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전지부는 17일 오전 각각 대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의 근본적 학교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돌봄전담사는 오후 7시까지 혼자서 돌봄교실..

대형마트 휴업 평일전환 시 상권매출 3% 상승… 대전 휴일전환 힘 받나
대형마트 휴업 평일전환 시 상권매출 3% 상승… 대전 휴일전환 힘 받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이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할 경우 인근 상권 평균 매출이 3%대로 상승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답보 상태인 대전 대형마트 평일 휴업 전환이 힘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이해 당사자인 노동자 등은 반대 의견을 강하게 내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의무 휴업일을 평일보단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 등이 발의되면서 시일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17일 산업연구원의 '대형마트 영업 규제의 변화와 경제적 효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주말 영업은 주변 상권에 평균 3.1% 수준의 매출 상승효과를 나타냈다. 연구원은..

`충청광역연합’ 정부재정 필수… 민주당 충청의원들 법안 발의
'충청광역연합’ 정부재정 필수… 민주당 충청의원들 법안 발의

대전과 세종, 충남·북이 함께 출범한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의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충북 청주청원)이 17일 대표 발의한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대전과 세종, 충남·북 국회의원들이 대거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의 핵심은 지방교부세법 제2조 제2호에 두 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설치할 수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추가해 충청광역연합도 지방교부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특별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인도 점령한 이륜차와 가게 홍보판 인도 점령한 이륜차와 가게 홍보판

  • 봄마중 나온 나들이객 봄마중 나온 나들이객

  • ‘우리 동아리로 오세요’ ‘우리 동아리로 오세요’

  • 하늘로 떠난 하늘이…‘오열 속 발인’ 하늘로 떠난 하늘이…‘오열 속 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