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우 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
더욱이 유네스코가 동의보감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를 '세계인이 기억해야 할 기념의 해'로 지정한 바 있기에 여러 가지 축하의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특히 이날 기념식을 마치고 공연된 동의보감 진서의(進書儀)는 국조보감감인청의궤에 기록된 궁중의식 절차에 따라 재현됐다. 이는 왕명에 따라 편찬한 동의보감을 간행, 어전에게 올리고 국왕의 가납을 받아 어보를 날인하는 절차를 재현한 것이다. 지난해 공전의 흥행성공을 기록한 광해임금과 요즘 부자 2대에 걸쳐 주역으로 등장한 '드라마 허준'의 실제 인물, 곧 광해와 허준, 이 두 인물이 상대역으로 나오기에 자못 흥미진진하다.
역사극에서 이 두 인물만큼 두고두고 히트작을 기록하는 경우도 흔하진 않다. 이 동의보감 진서의를 광해와 허준의 히스토리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결합해서 종묘제례처럼 전통의례로 가꿔나간다면 이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전통의약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숱한 문화유산을 가꾸고 전해 온 우리민족의 장구한 역사에 비해 400년은 그다지 유별나게 오래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프랑스에 보관 중인 직지심경이나 팔만대장경은 세계최초나 유일본, 또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점에서 누구나 기억할 만하다. 동의보감은 세계 최초도 최대의 거질도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동의보감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적 자산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이 오래된 한의서에 담겨진 많은 유용한 건강지식들이 현재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고 나아가 미래에도 훌륭한 지식자산으로 작용될 것임을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중남미 바베이도스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전문가자문위원회에서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은 이것을 기억유산이라 부른다)으로 선정한 이후 국내외에 한층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오죽하면 동네 중국집 상호에도 동의보감이 등장하며 갖가지 상호와 상품명에 ○○동의보감, 혹은 ○○보감, 동의○○하는 식의 브랜드명으로 이용되고 있어 가히 동의보감의 높은 인기를 절감할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허준을 비롯한 한국문화에 대한 팬클럽이 전국에 걸쳐 결성되어 있을 정도다. 유럽에서의 관심도 역시 폭발적이다. 싸이와 소녀시대가 유럽에 상륙하기 이전에 개최된 메이드인아시아 축제에서 프랑스인들은 이미 동의보감에 대해 열광하고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달려와 이렇게 한의학을 맛만 보여주고 어디서 어떻게 실감할 수 있는지를 반문했다.
사실 동의보감이 세계유산이 되었을 때나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세계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는 아직도 미흡하기만 하다. 지난 6년여 우리는 동의보감을 전문 그대로 영역해 왔다. 이제 목록과 색인을 만들어 붙이고 전면교정을 시행해서 오는 8월 전서를 완간하게 된다. 대한민국 전통의약 한의학이 엑스포와 함께 세계로 향한 대단원의 서막을 열게 될 것이다.
현재적 가치의 구현에 안주하지 않고 고전과 미래 지식을 이어줄 전통의약 지식체계의 구축, 그것만이 새로운 시대의 걸 맞는 글로벌 동의보감 편찬의 해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의보감 영역은 이제 그 시작점에 불과하다.
돌이켜 보면 동의보감이 쓰인 이후 한의학이 발전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 이전에 한층 발전된 기존 의약에 대한 이해가 성숙되고 비판적 견해와 발전의 견인차가 내재되어 있었기에 동의보감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대내외적인 장애요소는 한의약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진화과정의 일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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