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우 목원대 전자공학과 교수 |
이러한 일련의 기상변화는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엄중하고도 분명한 경고다. 이는 주로 지구온난화에 기인한다. 지구온난화는 1985년 UN 산하 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와 유엔환경프로그램(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에서 그 원인이 우리 인류가 뿜어내는 CO2의 증가에 있다는 것을 공식선언했다. 온난화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이 있으나 인류의 산업화와 함께 증가한 CO2 기체에 의한 온실효과가 원인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지구온난화의 큰 원인 중 하나로 지구전체의 삼림훼손이 있다. UN의 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세계의 삼림 면적은 약 1억2526만 6000 ha 정도가 줄었다고 한다. 지금도 1분에 축구장 15개 정도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100년 전 지구의 16%를 차지하던 열대우림은 지금 6% 정도 밖에 안 남았다. 지구의 열대 우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커피벨트는 바로 이 지역에 위치해있고 이 지역에서의 삼림훼손은 기후환경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로 개발도상국인 이곳의 삼림이 감소하는 주된 이유는 빈곤이다. 그들은 지구온난화 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욱 중요한 사람들이다. 열대 우림 지역에서는 선진국에서 필요로 하는 커피, 대량의 목재와 종이, 소고기 등의 수요에 맞추어 삼림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이와 같은 삼림파괴는 곧바로 대기 중의 CO2 증가와 생물 다양성의 상실로 이어지며 지구 전체의 생태와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 전체의 빈부격차가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데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열대우림 지역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삼림을 훼손해가며 얻은 커피 한 잔에서 그들은 5% 이하의 낮은 이윤을 얻는다.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은 2000년 초에 비해 금액적으로 10배 정도 증가하고 있다. 하루에 10~15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던 필자는 커피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커피 중독자였다. 환경과 관련된 연구를 시작하며 즐겨 마시는 커피의 대부분 원료가 열대우림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가난한 생산자에게는 큰 이윤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몹시 당황했었다. 한동안 대용할 수 있는 차를 마셔보기도 했지만 커피 끊기는 20여 년전 담배 끊기보다 어려웠다. 그러던 중 CO2 배출도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며 공정한 무역을 통해 생산자에게도 정당한 가격을 치르는 공정무역 커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하루에 3~4잔 정도의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지구온난화의 위기를 인지하고 있으나 이를 막기 위해 개인차원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당장 실행할 의지도 없다. 우리나라를 포함 각 선진국들은 향후 CO2 배출규제 등에 대비해 저탄소형 기술 및 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을 통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노력 만으로 지구온난화를 막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우리의 생활 패턴을 바꾸기 전에는 가까운 장래에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약간은 덜 풍요로운 생활을 의도적으로 지향하는 생활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보다 “아주 작은 부분의 움직임도 전체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일리야 프리고진의 말처럼 “나만이라도”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사람과 기업들이 많아져 지구온난화가 멈추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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