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는 쫓기듯 내달리는 자동차와 사람들의 발걸음 분주한데, 굳게 잠겨져있는 문 너머엔 초여름 맑은 바람과 저무는 오후 햇살만이 소리 없이 고택을 지키고 있습니다.
몇 걸음 채 안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몇 백 년의 시간이 흘러 다니는 마당 안에는 그 옛날 한 사람의 별당이었다가, 한동안 어느 가문의 위대한 유산이었다가, 이제는 우리 모두의 역사와 자랑이 되어버린 고택이 앙상한 뼈대되어 남았습니다. 세월에 부서지고 으스러졌던 몸 다 벗어 놓고 철근에 기대어 힘겹게 서 있습니다.
나이든 소나무가 그늘 드리운 돌담을 따라 걸으며 보이지 않는 동춘당을 맘에 품기 위해 보이는 동춘당을 서성이곤 했던 시간들과 손 내밀어 어루만지며 숨결 더듬던 기억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400년이나 되는 시간을 넘나드는 바람과 햇살 속에서 뜯어지고 벗겨진 몸으로 철근을 꽂고 있는 고택을 바라보며 이제는 정말 우리 모두의 역사와 자랑이 되어 달라고 나직이 말 전해 봅니다.
노쇠한 몸 완쾌되고 답답한 저 장막 풀어내 버리고 나면 세월 흘러도 여전한 저 노송처럼 거기 그 자리 동춘당이 푸르게 서 있겠지요.
새로 옷 갈아입은 그의 품에선 여전히 오래 묵은 시간의 향기 배어 나오고 그가 품었던 순수함이나 의리 같은 그 마음 여전히 그 자리에 깊이 뿌리 내려 있겠지요.
한소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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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당은?
대전의 건물 중 유일한 보물. 조선후기 정치가이자 성리학자인 송준길 (1606~1672)의 별당으로 조선시대 별당 건물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동춘당은 '늘 봄과 같다'는 뜻을 가진 송준길의 호이기도 하다. 부식된 목재와 기와 수리를 위해 작년 가을부터 보수정비공사에 들어갔으며 현재도 작업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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