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진]'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광진]'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수요광장]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

  • 승인 2013-06-04 14:30
  • 신문게재 2013-06-05 21면
  •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
▲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
▲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이 245명이라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기자회견을 열고 ICIJ가 확보한 조세피난처 관련 자료를 근거로 밝혔다. 그리고 이어 발표된 설립자와 설립시기 등을 보면 우리나라의 유명 기업그룹은 물론 대기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 조세회피 의혹을 받고 있는 전두환 대통령의 장남까지도 포함되어 있어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버진 아일랜드 등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고 그것이 바로 탈세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재벌이나 대기업 또는 유명인들이 조세피난처를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이번에 밝혀진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조세피난을 목적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면 이는 현 정부가 역점으로 두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반할 뿐 아니라 조세정의에도 어긋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외 탈세는 이미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2012년 7월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 결제은행(BIS)자료를 분석 발표한 조세정의 네트워크에 의하면 지난 30여 년간 888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이 역외 유출되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자금의 역외유출 국가라고 한다. 조세피난처에 해외법인을 두었다고 세금을 회피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유명기업 그룹들과 대기업들이 이를 통해 거액의 자산을 페이퍼 컴퍼니에 이전하거나 조세피난처 지역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들이 불법 또는 편법적인 수단을 통해 세금을 회피하거나 불법재산을 은닉하려 했다는 것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현실이 이렇지만, 국세청에 의해 적발되어 추징된 세금 내역을 보면 2012년까지의 최근 5년간 537건 적발에 2조 6218억 원 추징이 전부인 듯하다.

더구나 537건 모두가 고발되거나 통고처분된 것이 아니고 45건만이 고발되거나 통고 처분되어 전체 역외탈세의 8%만이 과세당국에 의해 적발되고 강제처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외탈세에 대한 과세당국의 처벌 수준이 강력하지 못하고 미미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외 탈세에 대한 수법 등이 갈수록 지능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찾아내고 바로잡아야 할 과세당국의 대응은 역외탈세의 수법 지능화를 뒤따라가기에도 바쁜 것 같다.

물품 등의 실제 거래 없이 자금을 빼돌리는 허위 경비처리, 해외법인 손실을 위장한 불법 이득 행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주식배당소득 등이 대표적인 역외탈세의 유형들로 과세당국이 철저한 의지를 가지고 조사해야만 추적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하는 위법행위에 대한 적절한 대응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와 별개로 강력한 검찰 수사와 처벌이 병행되어야만 불법적인 역외탈세를 찾아낼 수 있고 막을 수 있다.

또한 해외로 빼돌린 불법재산과 불법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추징뿐 아니라 그 재산에 대한 환수에도 나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금회피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국제조세조정법등의 관련 법률에 대한 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고 국제 조세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이를 방지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신고제와 더불어 미신고 계좌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하여야 한다. 현재와 같은 10억 원 이상 계좌 미신고시 10%의 과태료 부과만을 가지고 세금 탈루를 막는 것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는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련 부처의 분명한 철학과 확고한 의지를 가진 정책 추진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설득력 있는 결단과 대책을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