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낙준 대전나눔의 집 원장 “정서 메마른 청소년들에 희망 심어주고 싶어”

유낙준 대전나눔의 집 원장 “정서 메마른 청소년들에 희망 심어주고 싶어”

●인터뷰 유낙준 대전나눔의 집 원장

  • 승인 2013-06-04 13:57
  • 신문게재 2013-06-05 12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경청과 환대의 집 2층에서 3층에 오르는 계단 벽에 '끝까지 사랑하기'라는 글이 있습니다. 사랑하는데 가장 큰 적은 '두려움'입니다. 매일 매일 두려워하지 말고 끝까지 사랑하는 일에 힘써야겠습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대전나눔의집 원장이면서 대전교육청 남학생 가정형 Wee센터장인 유낙준<사진> 신부는 '끝까지 사랑하기'에 대해 강조했다.

유낙준 신부는 “성숙한 인간이 되려면 긴 실패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인간은 누구나 긴 실패의 과정이라는 미숙아로서의 기간이 길어야 하는데 집없이 사는 청소년이나 가출한 학생들은 미숙아의 기간이 길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유 신부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길게 기다려주었다는 것은 나를 깊게 받아주는 수용을 경험함을 의미한다”며 “보호자의 짧은 기다림은 자신을 받아주었다는 인식보다는 자신을 거부했다는 인식이 자리잡아 삶의 부정성을 지니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누군가가 나를 긴 시간동안 기다려줬다는 것은 나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며 “바로 그러한 애정으로 자란 사람이 이후에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 신부는 “성공회 대전나눔의집 공동체는 '이 세상에서 약한 자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활과 생각이 묻어나는 삶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 신부는 '내 발이 작은 자와 동행하는가?'를 항상 질문하는게 성공회 나눔의집임을 소개하고 “온유와 사랑을 향한 열정, 참된 평화를 주는 배려와 돌봄, 고백적 삶으로 사는 성공회 나눔의 집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전했다.

“전쟁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량으로 죽이기 때문에 평화운동을 전개하고, 실업대책운동과 탈빈곤운동을 전개해왔다”고 말한 유 신부는 “노숙인의 긴급대처운동으로 노숙인쉼터와 가족 해체로 인한 청소년 쉼터, 푸드뱅크 운동을 한국에서 최초로 시작하면서 작은 자들과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온 지난날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성공회 나눔의 집은 새로운 교회운동, 새로운 복지운동, 새로운 운동방식일 수 있고 교회, 복지, 운동이 결합된 삶의 방식이요, 기도의 집”이라고 말했다.

유 신부는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는데 성공회 대전나눔의집에서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됐고, 그것을 익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내게 오는 모든 이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해야 함을 알게 됐다”며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까지도 내가 '나그네였던 나를 환대하신 그리스도처럼' 환대할 분으로 여기게 됐다”고 고백했다. 특히 “성공회 대전나눔의집공동체는 정중하게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게 생활원칙”이라며 “큰 배려와 관심으로 가난한 자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다른 이들과의 벽을 허무는 작업을 의미한다”며 “인종간, 빈부간 차이를 허물어버리는 것이 바로 함께 밥을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신부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경청'과 정성껏 지은 밥을 함께 먹는 '환대'로 사랑에 굶주리고 정서가 메마른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마음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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