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은남 경제부 기업과학팀 부장 |
인간이 존재하는 언제 어디에서나 루머는 인간과 같이 호흡하고 있다.
'정보가 곧 돈이고 권력이다'는 생각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정확하고 한발 앞선 정보 획득은 예나 지금이나 엄청난 부와 권력을 제공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류역사상 최고의 부자이며 추정할 수 없는 재산을 보유한 금융재벌 로스차일드가(家)는 정보를 이용해 부를 축적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0여 년 전 프랑크푸르트 게토(ghetto)에서 환전상을 운영하던 로스차일드는 5명의 아들을 영국,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보내 로스차일드 상회를 맡겼다.
런던으로 간 셋째아들인 네이선은 1815년 워털루 전투이에서 나폴레옹이 영국에 패배했다는 소식을 맨 먼저 듣게 된다. 일찍이 정보의 중요성을 간파한 그는 워털루 인근 곳곳에 정보원을 심어놓아 영국이 승리했다는 소식을 영국정부보다 하루 먼저 알았다.
영국의 승리 소식을 전해 들은 네이선 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영국 공채 매각이었다. 증권가 큰 손인 네이선이 공채를 팔아치우자, 이를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이 진 게 분명하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인 투자자들도 덩달아 투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네이선은 겉으론 채권을 팔면서 뒤로는 싼값으로 영국 공채를 다시 사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이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공채는 폭등했고 이를 통해 네이선은 2억3000만 파운드, 현 시세로 200조 원이 넘는 돈을 거머쥐었다.
누구보다도 정확한 정보를 빨리 획득한 뒤 이를 가공해 증권시장을 교란시킨 사상 최대의 '작전세력'인 셈이다.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이들의 정보와 달리 요즘 인터넷과 SNS로 전파되는 확인되지 않은 연예계 뒷얘기를 담고 있는 정보지는 말 그대로 광고용·선전용·홍보용인 싸구려 인쇄물인 찌라시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찌라시를 무시하지 못하는 데는 일부나마 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찌라시에 담긴 10개 내용 가운데 1개만 사실로 밝혀지면 나름의 신뢰를 얻기도 하는 것이다. 또 맞든 틀리든 남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먼저 알았다는 우월함과 이를 전파함으로써 자신의 상대적 우월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심리 때문에 옳고 그름을 떠나 찌라시는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최근 대덕연구단지도 각종 설과 루머에 휩싸여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 기관장교체설이 떠돌았다. 교체될 기관장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고 살생부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전파됐다. 이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출연연 기관장들은 전문인들이기 때문에 정부가 바뀌었다고 흔들지 않겠다. 출연연 기관장들은 자신이 맡은 출연연을 책임지고 경영해 달라'는 요지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이 때문인지 기관장 교체설은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최근 들어 또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번에는 교체대상 기관장 이름과 교체이유 등이 전보다 더 구체적이다. 출연연 관계자들은 “장관이 아니라는데 왜 기관장교체설이 또다시 불거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라는 말로 항간의 루머들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아무리 장관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기관장이 교체되며 방향성을 잃었던 출연연의 아픈 전례에 비춰볼 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출연연 관계자들은 “기관장 교체설로 출연연이 또다시 흔들리게 될까 우려스럽다. 이번 정부에서는 장관의 말대로 기관장이 교체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대덕연구단지가 찌라시홍수와 정치적인 결정에서 벗어나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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