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산수삼센터에서 택배 일을 하는 박우솔(19) 군은 센터에서 일하는 가장 나이 어린 친구다. 주변 상인들이 잘생겼다고 하자, 환하게 웃고 있다. |
24일 금산수삼센터에서 택배 일을 하는 박우솔(19) 군을 만났다. 박 군은 센터에서 일하는 가장 나이 어린 친구다. 하는 일은 포장된 인삼을 수거해 택배차량에 옮겨 놓는 일이다. 지난해 8월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니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얼굴에 여드름이 한창인 걸 보면 한 눈에 봐도 공부할 나이가 분명하다.
“재작년에 고등학교를 자퇴했어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아요. 부모님과 친구들이 말렸지만, 제 생각은 바뀌지 않았어요. 지금은 좋아요. 일하면서 돈도 벌고 보람도 느끼고 제가 하고 싶은 사물놀이도 더 열심히 할 수 있거든요.”
박 군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직후 학교를 그만뒀다. 선생님과 갈등이 불씨가 됐고 국악과 사물놀이를 하고 싶었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반대했지만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래도 공부의 끈을 완전히 놓은 건 아니다. 작년에 검정고시를 합격했고 올해 수시로 대학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 대한 동경이 그리 크진 않다. 비싼 등록금도 문제고 대학 진학보다는 일을 하고 싶다. 좋아하는 사물놀이도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즐거운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지금이 좋다.
그렇다고 택배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비교적 선선한 센터에 인삼을 보관했다 늦은 오후에 발송하기 때문에 택배물량이 한꺼번에 몰린다. 시간이 촉박하니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부정인삼' 사건으로 업무능률이 많이 떨어졌다. 배송물량이 많아야 시간도 빨리 가고 일하는 재미도 있는데 택배물량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박 군은 “금산인삼이 위기냐”는 물음에 “확실히 위기”라고 대답했다.
“위기라고 생각해요. 분명한 위기죠. 인삼유통시장을 수도권에 짓는다는 얘기도 나오잖아요. 정말 큰일이죠. 수삼센터에 오는 손님들도 중국산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어요. 지금 상황에서는 특별한 게 없어요. 신뢰를 쌓는 길뿐이죠.” 박 군은 금산인삼의 위기를 고스란히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람 중에 한명이었다. 택배물량이 그만큼 줄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하지만 금산인삼의 신뢰를 다시 쌓는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런 당찬 모습 때문인지 수삼센터에서 일하는 상인들도 박 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0년 넘게 수삼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이양순(70)씨는 “우리 우솔이가 제일 착해. 일도 잘하고 어른들한테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라며 입에 침이 마른다. 조현숙(46)씨는 “사물놀이 장구도 얼마나 잘 치는데. 그리고 수삼센터 90호도 꼭 좀 넣어줘. 우솔이 덕분에 광고까지 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오후 7시가 되자, 금산수삼센터도 문 닫을 준비를 한다. 박 군도 수거한 물건을 차량에 싣고 분류작업을 하러 사무실로 돌아갈 차비를 한다. 이 작업까지 마쳐야 그가 맡은 일이 마무리된다. 그렇다고 하루 일과가 끝난 건 아니다. 택배일이 끝나면 곧바로 토리패로 달려간다. 토리패는 금산군의 청소년 사물놀이패로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사물놀이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전통과 실력을 갖춘 팀이다. 지역 축제가 많은 요즘 토리패가 가야 할 행사가 주말마다 꽉 차 있어 연습은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낮에 지친 심신을 신명나는 우리 가락으로 흐드러지게 풀어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박 군. 그래서 우솔이는 오늘도 달리고 또 달린다.
금산=강우영 객원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