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학교에 입학해서 교사의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 선생님이 가장 훌륭해 보였고 아무리 높은 사람일지라도 선생님만은 존경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제일 부러웠고, 앞으로 나도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듯이 정말 뜻을 이루었다. 그리하여 반평생을 교단에서 학생들과 마주했다.
세월이 빨라 벌써 퇴직한 지가 어느덧 10여년이 흘렀다. 지금은 삼락회(三會)에 나가면서 잊혀져가는 추억을 되살리며 교사로서의 미흡했던 점이 아쉬워 가끔 반성도 해본다. 인생의 삼락(三) 중 세 번째 즐거움이 '가르침의 즐거움'이라 했는데 과연 부족한 나도 공감할 수 있을지 망설이게 한다.
그러나 종종 울려오는 전화벨 소리, '선생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스승의 날이면 배달되는 꽃바구니를 바라볼 때마다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제자에 대한 보람이라더니 승승장구 발전하는 모습, 기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뜻을 되새겨 본다.
지난 11일 아주 감격스런 초대를 받았다. 32회 스승의 날(제1회 스승주간)을 맞아 그 발원지인 논산에서 전국적 행사로서 기념식이 개최됐다.
학생과 교사, 옛 은사님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각계 귀빈들과 각 시도 교총 대표자가 참석한 큰 행사였다. '나 같은 사람을 왜 불렀을까?' 자세히 알아보니 현재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이 못 잊을 옛 선생님을 추천하여 '존사(尊師)에게 세족(洗足)'식을 갖는 프로그램이었다. 퍽 미안한 일이지만 정말 행복한 일인데 어찌 초라한 모습을 보여준단 말인가, 생전 발을 가꾸어 본 일 없는데 '예쁘게 하고 가야지….' 무려 거금까지 써가며 매니큐어 단장도 하고 미장원에도 들렀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도 늘어놓았다. 마음이 으쓱했다. 이것이 바로 보람이요 행복이었다.
옛 스승과 제자가 얼싸안고 극노인이 된 불편한 선생님을 등에 업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어떤 기관장 제자도 있었다. 진풍경에 카메라 셔터가 막 터지고 수많은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전날밤 잠까지 설치면서 설레던 가슴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아 그날의 행복했던 순간을 잡아놓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지…
오늘날 교사의 권위를 되찾아 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기소침 하고 있는 교육 현장에서의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오지만 우리들의 보람은 지금이 아니고 오직 먼 내일에 있음을 생각하고 스스로 위로하며 꿈을 펼쳐가는 제자 사랑으로 선생님들의 열정이 식지 않고 매진하길 조용히 기원한다.
오길자·전 논산여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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