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남편 살해 주부 징역 5년 '법정 최저형'

정당방위 인정 안되지만, 사건당일 심한폭행 참작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부인이 정당한 방어를 인정받지 않고도 살인 양형 중 가장 낮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주부 윤모(36)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윤씨는 2011년 남편이 의료보험료로 내야 할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한 것을 알고 따지다가, 남편에게 머리채를 잡혀 방바닥에 수차례 찧이고, 손과 발로 얼굴 등을 수차례 폭행당했다. 폭행 20분 후 윤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로 남편의 오른쪽 쇄골과 오른쪽 등 부위를 찔러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했다.

윤씨 측은 '이렇게 맞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수시로 폭행당하는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편을 살해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면책적 과잉방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면책적 과잉방위는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당황, 흥분 등 행위자의 열악함에서 나오는 심약적 충동에서 비롯돼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집을 빠져나와 도움을 구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내세우며 윤씨가 심약적 충동에서 비롯된 공포 등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윤씨에 대해 살인 양형(5~45년) 중 가장 가벼운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평소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려오던 중, 사건 당일에도 심한 폭행을 당하자 순간적으로 흥분해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다”며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고, 양육해야 할 아들(3살)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